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 이후 이뤄진 2006년도 종합부동산세 과세처분이 정당했지만 향후 비슷한 정책이 유지되면 1주택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2005년도보다 세 부과대상이나 과표적용률 등이 한층 강화되면서 '위헌논란'을 빚은 정부의 과세정책에 대해 사법부가 합헌성과 적법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지만 동시에 조세정책상의 미비점도 문제삼은 것이어서 향후 당국의 정책변화에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작년부터 종부세 부과대상에 포함된 7억여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채 세금을 내지 않다가 올해 2월 과세처분된 권모씨가"새로 적용된 세금은 지나쳐 취소돼야 한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권씨가 "종부세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심판제청 신청에 대해서도 기각 판결을 내렸다.

2006년도 종부세는 과세기준을 주택 공시가격에서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춰 납세대상을 늘렸고 과표적용률(세액산출을 위해 과세물건의 가액을 정하는 기준)을 전년도 보다 20% 올린 '공시가격의 70%'로 했으며 종부세 상승 제한폭도 1.

5배에서 3배로 상향 조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시가격은 아파트 시가보다 낮게 형성돼 있어 과표적용률 70%가 과도하지 않고 공시지가 100억원 이상의 주택에만 최고 세율인 3%가 적용돼 그 대상자가 희소한 데다 재산세를 공제해주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며 2006년도 종부세가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작년 종부세 대상자의 62%가 10억원 이하의 주택 소유자로서 그 세율이 1%에 불과하고 100만원 이하로 과세된 경우가 46%에 이르며 300만원 이하가 대상자의 77.2%에 해당되는 점 등에 비춰 세율이 국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고 권씨는 종부세가 땅을 팔아 거둔 수익이 아닌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여서 실질과세 원칙에 어긋나며 양도세와 더불어 이중과세인 데다 지방자치제도 및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기존의 2005년도종부세 관련 판결에서처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은 입법권자에게 부동산 가격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 토지공급의 제한성 등을 두루 감안해 토지재산권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종부세가 마련됐다"면서 "이 세금은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해 부과되는 것이므로 원고측 주장은 여러모로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재판부는 거주 목적의 주택 1곳만을 소유하고 있는 자에게도 종부세를 부과하고 있는 현행 세제가 유지되면 재산권 침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는 부동산 투기 방지 목적에는 부합되지 않고 면적이 적은 주택 소유자가 물가상승으로 종부세를 내야할 경우 정부의 정책실패가 주택 소유자 책임으로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1주택자 보다 다주택자나 일정 면적을 넘어선 주택 소유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이 입법목적이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종부세가 위헌적이지 않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1주택자의 재산권 침해 정도를 확대시킬 수 있으므로 세심한 입법적 규율이 요망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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