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3d 영화가 한창이다. 특수 안경을 쓰면 평면의 화면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최근에 개봉된 3d 영화인 '슈렉 포에버'는 레이아웃 팀장 전용덕씨가 한국인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그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군대에서 한쪽 눈을 다쳐 18년 가까이 입체가 잘 인식되지 않는 상태로 지냈는데 3d 영화를 맡아야 했을 때 당황했다고 한다. 우리가 한 눈으로는 입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두 눈은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각도가 약간 다르다. 그 차이를 뇌가 인식하고, 차이가 많이 날 때의 거리와 적게 날 때의 거리를 파악하는 학습과정을 거쳐 입체를 느끼는 것이다. 3d 영화는 이러한 인식의 특성을 이용하여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 약간 각도가 다른 영상파를 보낸다. 두 눈이 이 정보를 조합하여 입체 화면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수 안경을 벗으면 오히려 3d 영화의 화면은 중첩되어 흐리게 보인다. 안경을 써야 눈속임이 제대로 일어나 화면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공간의 감각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경험에 의한 학습으로 이러한 지각이 형성되기 때문에 한 눈을 실명하면 우리는 입체감을 잃게 된다. 눈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통해 공간에 대한 감각을 학습하는 인간의 능력은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종종 이 능력이 우리를 속일 때가 있다.

차를 몰고 가다 후방을 살피기 위해 볼록거울로 만들어진 백미러를 보게 되면, 순간적으로 우리는 차가 멀리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차의 크기에 대한 정보로부터 거리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게 정보를 보내는 거울이 볼록 거울이기 때문에, 차의 거리에 대한 판단은 왜곡된 것이다. 그래서 백미러에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이라는 경고문이 새겨져 있다.

원근에 대한 인간의 지각이 학습에 의한 것임을 깨달았을 때, 입체파라 부르는피카소는 사실주의적인 표현을 위해 사물의 입체를 화폭 안에서 해체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사람과 사물들을 왼쪽, 오른쪽, 앞쪽, 뒤쪽에서 보는 모습이 중첩되도록 나열된 형태로 표현하였다. 이를 조합함으로써 표현 대상을 입체적으로 보는 역할은 화가가 아닌 관찰자의 몫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공간 감각은 학습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 판단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 공부해도 시험 볼 때 실수하듯이, 학습한 내용은 상황에 따라 적용될 때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각적 변화가 매우 빠를 때 정보를 판단을 하는 능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의 한계를 깨닫는다면,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상에 대한 우리 지각의 한계를 깨닫는다면 우리는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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