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역사 밟나

지방선거와 보선에서의 패배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선진당이 위기가 닥치고 있다. 세종시 건설 논란을 두고 원안이 확정되면서 선진당의 향후 노선과 정책이 동력을 잃고 목표마저 상실해 버려 충청도민들에게 존재감이 없어져 버렸다. 언론에 보도된 이용희 의원의 자괴감처럼 선진당은 생명이 다 했는지도 모른다. 지방선거 패배 후 한나라당과 보수 대 연합을 주창하던 선진당은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자 입지가 좁아져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에는 '국민의 정부' 시절 권력의 한 축을 이끌며 충청의 맹주를 자임하던 자유민주연합이 있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내각제를 기치로 걸고 15대 대선 때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고 당시 같은 충청 출신으로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씨, 국민당 후보 이인제씨와 다른 입장에서 대선을 치르고 약속됐던 내각제를 기대했지만, 무산돼 버려 당의 정체성을 잃고 충청도민들의 외면 속에 자민련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비운을 맛봤다.
당시 내각제를 주창하며 대선에 승리하자 자민련은 권력의 한축을 감당하며 포항제철 신화를 이룬 박태준 전 신한국당 총재, 경기도 포천 출신 이한동 전 신한국당 총재, 박철언 전 최고의원이 소속돼 있으며 경기도와 경북에도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전국 정당이었지만 당시 선거의 쟁점이던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소수 정당으로 전락해20석의 원내 교섭단체를 이루기 위해평화 민주당에서 2명의 의원을 빌려오는 '정치 쇼'를 벌여 결국은 자민련의 몰락에 가속도를 붙여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당이 와해 돼 버린 역사를 갖고 있다. 그후 자민련은 김학원 전의원이 명맥을 이어갔지만 17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흡수되고 말았다. 자유선진당은 국민중심당이 모체로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 영입을 서두르던 심대평 대표에 의해 이회창 현 대표가 영입돼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2석, 무소속 이인제 의원을 제외하고 충남 전 지역을 싹쓸이하면서 자민련의 뒤를 이어 충청의 맹주로 발돋움했고, 원내 교섭단체를 위해 색깔이 다른 창조 한국당 문국현 의원과 손을 잡아 순항했으나 이회창 총재의 독선적인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심대평 의원이 탈당하면서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렸고, 지방선거에서 충청 민심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고, 천안 출신 박상돈 의원마저 의원직을 잃어 현재 선진당은 16석으로 당세가 약화됐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보수 대 연합을 주창했지만 당내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옥천의 이용희 의원과 대전 유성 이상민 의원의 민주당 복귀설이 있고, 일부 보수 색채가 강한 의원들은 박근혜 의원과 결합을 원하고 있어 선진당의대내·외적인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청 정가에서는 1년8개월 남긴 총선을 앞두고 전개될 정계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때 이인제 의원의 영입설도 있었지만 복잡한 당내 사정과 세종시에 대한 입장 차이 등이 작용되면서 불발로 끝나 원내 교섭단체는 요원한 실정이다.
선진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충청권 세를 규합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당의 존립에 위기감을 느낀 선진당은 '집 나간 며느리'로 비유된 심대평 의원과 이인제 의원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6·2지방선거에서의 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지는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2년 후 있을 대선을 앞두고 정치 분석가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계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민련의 흥망성쇠를 겪었던 충청도민들은 향후 선진당이 어떤 정치 행보를 취할 지 눈여겨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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