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경색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있는 가운데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증시가 폭락하고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시장도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외부 변수로 인해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경기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이 원.엔 환율 상승 등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 엔캐리 청산 쇼크..주가 폭락.환율 급등 = 16일 코스피 지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부실 문제로 촉발된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1천691.98로 떨어졌다.

전거래일에 비해 사상 최대인 125.91포인트(6.93%)의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전 9시12분쯤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올들어 두번째로 발동되기도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안전자산인 달러화 사재기 여파로 946.30원으로 급등하면서 지난 3월14일 이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상승폭은 13.80원으로 북핵실험 여파로 14.80원 급등한 작년 10월9일 14.8원 이후 10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이 확산되면서 원.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0엔당 23.30원 폭등한 814.4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3월14일 814.90원 이후 다섯달만에 810원대로 진입했다.

3년과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24%와 5.28%로 전거래일보다 각 0.06%포인트 하락하는 등 채권금리 역시 신용경색 우려 고조로 강세를 보였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우리나라 등 고금리 국가의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딩 자금의 청산이 확산되면서 주가와 환율, 금리 모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급격한 청산시 경제 악영향 불가피 =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이 급속하게 진행될 경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경기가 가라앉을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있는 우리 경기에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이후 차입액을 급격히 줄인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다른 아시아국가나 신흥국에 비해 일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액 규모가 커 엔캐리 자금 청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례없는 두차례 연속 콜금리 인상 여파로 유동성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 엔캐리청산이 이뤄지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엔캐리 자금이 급하게 청산될 경우 세계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세계 경기 둔화와 콜금리 인상 등 당국의 각종 유동성 축소 정책 효과가 맞물릴 경우 국내 실물 경기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최근 재경부 직원게시판에 올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다녀 와서'라는 글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엔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회수된다면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완만한 청산은 호기될 수도 = 그러나 엔캐리 자금 청산이 시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완만하게 진행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권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나타날 수 있어 선제적으로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는 2천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 흘러들어온 규모는 60억달러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영향은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완만한 속도의 엔캐리 청산은 우리나라에 호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원.엔 환율의 상승세 전환으로 대일본 수출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수출 주도의 경기 회복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4년초 100엔당 1천100원선에서 3년 이상 하락세를 보이던 원.엔 환율은 지난달 9일 9년10개월만에 최저수준인 744.80원으로 떨어진 뒤 엔캐리 청산 가능성 제기로 빠르게 반등하면서 이날 다섯달만에 810원대로 복귀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동안 외국인의 주식매도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외환보유액 규모로 볼 때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엔캐리 자금 청산이 최근 서서히 위축되고 있는 유동성을 빠르게 죽이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엔화에 대한 원화 약세로 수출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투자금융팀 김승현 연구원도 "98년 롱텀캐피탈 파산 이후 늘어난 엔캐리 트레이딩이 대부분 대출금 형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환되기 보다 만기 때 정리 되는 식으로 장기간 완만하게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과도하게 하락했던 원.엔 환율이 800원대 위에서 계속 상승할 경우 it 부품 등이 수혜를 보면서 증시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중기적으로 상승세를 굳히면서 1천원을 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환율 하락 추세가 유효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상승 추세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이 950원을 넘어서면 970원대 진입을 시도하고 엔.원 환율은 830원과 850원선을 차례로 시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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