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측 갈등.반목 쉽게 치유안될듯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선 이후를 걱정하는 당 안팎의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경선 막판 '도곡동 땅' 차명의혹을 두고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간에 벌어지고 있는 사생결단식 공방이 치유하기 힘든 경선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경선을 코앞에 두고 박 전 대표 진영은 이 전 시장의 후보사퇴를 압박하는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고, 심지어 이 전 시장이 경선관문을 통과하더라도 도곡동땅의 덫에 걸려 본선도 치러보지 못한채 낙마할 것이라는 주장도 여과없이 당안팎에서 유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대로는 양측이 경선 뒤에도 한 배를 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한 시나리오도 난무하고 있다.

양측간 공방이 일촉즉발의 대결양상으로 전개되자 16일에는 박관용 선관위원장 주재로 당 원로들이 긴급 모임을 갖고 과열.혼탁경선을 방지하고 경선승복을 이끌어내자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당내 '어른들의' 이 같은 합의는 구속력을 갖기 힘든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것이어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넘은 양 캠프간 감정의 골을 메우는 데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않다.

일단 양 캠프는 겉으로는 경선 뒤 화합을 입에 올리고 있지만,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는 "경선이 끝나기만 해봐라"며 내심 경선기간 상대측으로부터 당한 수모와 공격을 되돌려주겠다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경선기간에 불거져 나왔던 '공천배제론', '살생부' 발언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감지할 수 있는 것. 특히 양캠프의 전위대 역할을 했던 일부 핵심의원들은 내년 총선의 공천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릴 개연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경선 이후에도 많은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심각한 내홍이나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심각한 경선 후유증을 겪을 경우, 대선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앙일보와 sbs, 동아시아연구원(eai), 한국리서치의 대선 패널 2차 조사 결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이 전 시장이 승리할 경우 박 전 대표 지지자 중 48.9%가 본선에서 이 전 시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박 전 대표가 승리할 경우에는 이 전 시장 지지자 가운데 58.9%가 박 전 대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각각 보인 것.

이는 경선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중립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당이 중심되는 모임(중심모임)'은 16일 성명을 내고 "당내 경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분열되고, 허둥거리는 정당에 국민이 계속된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착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면서 "정권교체를 실현하기 위해 상대방을 향해 퍼부어지는 막말부터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당 핵심 당직자는 "양 캠프가 현재는 사생결단식으로 싸우지만, 별 문제 없이 화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패배 후보가 탈당해 독자적 출마도 못하는 상황에서 분당 등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규모 분당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핵심 인사들 위주의 일부 탈당 사태는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박 홍 서강대 이사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이.박 후보가 지금은 갈등이 있지만 이 갈등으로 (당이) 쪼개져선 안된다"면서 "두 사람이, 두 진영이 같이 지혜를 합쳐서 국가공동선을 위해서 함께 나가는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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