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9일은 우리나라가 건국이래 최대의 치욕을 겪은 국치일이다.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이 강제적으로 맺은 합병조약(合倂條約)이 공포된 날이기 때문이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제국의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형식적인 회의를 통해 대한제국을 일본에 합병한다는 조약을 맺고 8월 29일에 이 조약을 공포하였다.

올해는 이 경술국치일로 부터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일 합병조약의 합법성을 두고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지난 8월 10일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하여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 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반환하고자 한다"고 말하는 등 강제 수탈해 간 문화재의 반환 의사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담화가 1995년 8월 15일 종전 50년을 맞아 무라야마 도이치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한 담화보다 진전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 당시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표명한다"는 담화를 발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간 총리의 담화를 다소 진일보한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있는 것은 일제가 수탈해간 조선 왕실의궤 반환과 함께 한일양국의 관계를 장래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염두에 둔 지역의 평화와 안정, 세계경제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핵군축 및 기후변화, 빈곤 및 평화구축 등과 같은 지구 규모의 과제까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폭넓게 협력해 지도력을 발휘하는 파트너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는 일본만의 일방적인 과거청산에 대한 입장인 것 같다. 지난 8월 11일 서울대 이태진 명예교수가 일본 도쿄 국립공문서관에서 입수해 공개한 '일본 측 한·일 병합 조서' 사진 자료에 따르면 대한제국 순종황제가 반포한 조서 원본에 국새가 찍히지 않았고, 순종황제의 본명이 서명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의 황제는 서명하지 않았는데 일본 측만 서명한 것은 상호간에 조서를 비준하지 못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한·일 병합은 무효라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한·일 병합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점이 명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 총리의 담화는 본질이 빠진 자신들만의 입장이 대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역사가 지날수록 진실은 명백해지기 마련이다. 서울대 이태진 교수의 이번 발표도 그 진실이 명백해지는 과정 중 하나 일 것이다. 앞으로 명명백백한 증거들이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발표될 것이다.

일본은 역사의 죄를 후세에까지 물려주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자신의 입장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통렬히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 이태욱 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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