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렬
수필가
불볕더위가 이어진다. 정신이 혼미하고 몸마저 축 늘어진다. 사람만이 아니다. 염천 아래 온갖 초목들도 생기를 잃어간다. 여느 해와 달리 기상이변이 극심하다. 자연의 이법이겠거니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가 싶다. 어찌되었든 더위를 이겨야 한다. 그래 피서인파가 계곡이며 바다를 메운다.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엔 무엇보다 물놀이가 제격인가 보다.

시간이 흐르면 계절도 다음 계절에 밀려 달아난다고 하는데 웬걸 도무지 무더위가 식지 않는다. 지구마저 더위를 먹었는가 싶다. 하여 예전 같으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야 할 때다. 그리되면 말할 것도 없이 수영장도 문을 닫기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는 웬 일인지 아직도 바다며, 계곡 그리고 수영장에 물 반, 사람 반이다. '인산인해'이라는 말이 그저 있지 않나 싶다. 문제는 즐거운 놀이 끝에 사건, 사고가 따르기 십상인 데 있다. 노는 일에 정신을 팔다보면 자칫 부상을 입거나 무리해 사고를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지역 충북에는 소방대원과 민방위 자율 참여 대원 그리고 도(道)와 시군(市郡) 공무원들이 민관합동 순찰반을 편성하여 주말과 휴일마저도 반납하고 막바지 비상근무에 여념이 없다. 무더위가 9월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한 건의 물놀이 사고도 막기 위해서이다. 그 분들은 주민이나 피서객들에게 물놀이 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며 안전시설물 점점에 소중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여름철 물놀이는 순간의 실수로 자칫 소중한 생명을 위협하곤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에게 제일 무서운 적은 암이라고 한다. 발병하면 사망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물놀이가 아닐지 싶다. 암에 걸리는 것보다 물놀이의 안전을 지키지 않아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아서이다. 불행은 때 없이 찾아오는 도둑과도 같다던가. 안전사고가 그러하다.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철에는 안전부주의로 생때같은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하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위험지구마다 눈에 불을 켜고 예방과 사고 시 인명구조에 매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요즘 일기는 분간을 하기에 어렵다. 햇빛 쨍쨍한 날에도 굵은 빗방울이 갑자기 쏟아진다. 긴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비 피해도 만만치 않다. "3년 가뭄은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했던가. 아니,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장마와 홍수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위협한다. 올해도 충북의 물놀이 사고에 여덟명이나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간담이 서늘하다.

충북지역의 물놀이 지정구역은 속살을 감춘 곳이 백여 군데나 된다. 대체로 안전사고를 접하고 보면 지정구역이 아닌 곳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예가 많다. 물놀이를 하기 좋은 장소보다는 안전한 지정구역을 선택해 안전요원지시와 수칙을 잘 지켜 물놀이를 한다면 아까운 생명을 잃는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음주 후에 수영을 하다 생명을 잃은 경우가 여러 건 있어 주위를 매우 안타깝게 했다. 사고는 불시에 찾아오기 때문에 물놀이 전에는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술을 마신 뒤에 물놀이를 하는 일은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는 물놀이하는 아이들에게 눈을 떼지 말고 주시하며 정성으로 보살펴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철 물놀이 사고 제로화에 고생하는 관계자들의 노고에 발맞추어 물놀이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만이 소중한 우리의 건강을 잘 지킬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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