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날로 진화해

<충청일보>얼마 전부터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13층이나 되는 아파트를 오르내린다는 것이 부담은 되었다. 가까이 있는 계단이 운동기구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뜻하지 않게 많은 것이 보이고 여러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 중 언제 청소를 말끔하게 해 놓았는지 계단의 논스립은 광이 나고 계단이며 계단참은 윤기가 나도록 청결함에 놀랐다. 열여섯 계단, 층이 바뀔 때마다 세심한 부분까지 잘 관리해 준 관리사무소 직원들께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든다.

더욱이 눈인사로 스쳤던 아파트 이웃이 한 가족처럼 정겹다. 아파트는 문 닫고 살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지만 오랜 세월 함께 살다 보니 오가며 친숙해진 얼굴, 그 인연의 정도 새롭다.

우리 아파트 관리소장은 전직이 교장 선생님이다. 학교에 재직 중일 때는 학생들의 학력과 인성은 물론 교내의 내 외부 환경, 제일 취약한 화장실을 아름답게 가꾸어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시상하는 아름다운 학교, 행복한 학교에 선정되어 수회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저력을 발휘하기라도 하듯 아파트의 이곳저곳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기며 시스템을 도입하여 청소, 유지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체육 시설을 확충하여 주민 들의 화합에 힘쓰며 효율적인 아파트관리, 정원수 관리는 물론 꽃길 조성, 녹색화단 가꾸기 등 온갖 정성을 다해 아름다운 아파트로 가꾸고 있으며, 한마음 주민 축제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이제 아파트가 진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아파트 브랜드가 탄생하더니 이제 그럴싸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파트 축에도 못 갈 것 같다. 브랜드와 함께 진화해간 아파트는 그 아파트에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치를 높여 가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 가치를 높여가는 만큼 분양가도 올려 왔다. 물론 조금은 더 편리하게 인간의 허영심을 채워 준 듯하다. 그러면서 아파트는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아파트다.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우리에게는 급격히 늘어간 게 있는데 그것이 아파트다. 이러한 아파트는 도시화 과정에서 무방비로 해체된 공동체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파트는 여느 아파트와는 다르게 좀 특이한 구석이 있다. 누가 아파트를 해체된 공동체와 등치시키느냐고 따지듯 어우러져 놀기도 하고 아파트 이곳저곳을 주민이 손수 가꾸기도 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힘을 합하여 마음을 나누고 아름다운 아파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정성을 다해야 하겠다. 우선 먼저 인사하기 운동과 주민이 모여 아파트 주변을 청소하는 깨끗한 날(클린데이), 아름다운 정원 가꾸기, 책 함께 나누어 보기 운동을 전개해 보자.

주민 자발적 참여 속 나눔 공동체 문화형성을 위해 그림, 사진전시회, 아나바다를 중심으로 이웃 간의 소통과 연대감을 강화해 나가며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마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도·농 직거래 장터를 운영해 보는 것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일 것이다. 외로운 독거노인이 희망을 품고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효를 실천하며 노인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볼 일이다.

▲ 공학박사·충청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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