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수확철이 다가오고 있으나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올해도 벼농사는 풍년이 예상되나 쌀 재고가 넘쳐나면서 쌀값 폭락이 우려되고 있어 오히려 풍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쌀 소비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데다 의무수입쌀이 매년 들어와 국내 쌀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농민들의 경우 매년 풍년에도 불구하고 수급조절의 실패 등으로 쌀값 폭락으로 영농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충북지역 농가와 농협이 재고 쌀로 몸살을 앓은 것은 오래전부터다. 재고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충북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쌀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 쌀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충북의 재고 정부양곡은 3만4900t이다. 모두 173개의 창고에 보관중이다. 보관능력은 13만8000t 인데 비해 보관량은 3만4900t으로 25.2%에 머물고 있다. 아직 보관할 수 있는 여력은 많은 편이다.

하지만 2005년도산 벼가 1000t이나 재고로 쌓여 있는 등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상태다.

수매를 담당하고 있는 농협의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 5일자 기준 도내산 쌀의 평균가격(80kg)은 14만9276원으로 지난해 동월(16만5996원)에 비해 무려 10%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충북도내 대부분의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손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고 누적원인은 지난 2년간 쌀 공급은 늘어난 반면 쌀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쌀 생산량은 2008년에 484만3000t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91만6000t으로 급증했다. 충북의 경우 같은 기간 25만2000t에서 25만4000t으로 늘었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는 해마다 2%가량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74kg으로 10년 전인 1999년에 비해 22.9kg 감소했다. 연간 40만t씩 제공되던 대북지원 중단도 쌀 재고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게 했다.

지난해 추수한 쌀 10만t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 쌀값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현재 쌀값은 2009년산 쌀을 보유한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이 햅쌀 출하를 앞두고 밀어내기식 판매 경쟁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햅쌀 출하를 앞둔 농민들은 지난해 가격보다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농사를 포기하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지난 10일 '충북농업의 근본적 회생을 위한 투쟁 선포식을 열고 대북 쌀 지원 재개, 쌀 생산비 보장들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농협, 농민단체 등에서는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식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국민적 소비촉진운동을 벌여 아침식사를 밥으로 전 국민이 먹는다면 쌀의 재고 과잉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자식처럼 가꾼 쌀이 천덕꾸러기가 돼 가는 현실에서 쌀 재고 문제 해결과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식생활을 되짚어 봐야할 시점이다.

최근 쌀값 하락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국민의 안전한 식탁과 휴식공간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농민들이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농촌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능희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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