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세력 교체..'정책정당' 이미지 강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는 21일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데 이어 당 지도부 회의에 사실상 '좌장'으로 참석하는 등 당무에 본격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향후 당내 인사권, 재정권 등 실권을 사실상 모두 거머쥐고 명실상부한 '넘버 원'으로서 당무를 총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년여간 치열했던 '내전'에서 이 전 시장의 '수족'이 돼왔던 경선캠프 참모들의 물밑 움직임도 더 바빠졌다.

전날 해단식을 통해 캠프와 관련한 공식 직함은 없어졌지만 후보가 최대한 빨리당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경선캠프 정리와 함께 공식 선거대책위를 출범시키기 위한 내부 인선 작업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여의도와 종로구 견지동, 두 곳에 양분돼 있던 경선캠프 가운데 여의도 사무실을 폐쇄하고 견지동 사무실은 '후보 비서실' 성격으로 전환해 축소 운영하게 된다.

이 후보는 견지동 사무실에 머물면서 일부 핵심측근들과 함께 선대위 구성 및 향후 선거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1주일에 1 차례 정도 여의도 당사로 출근해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와 당 운영방안 및 선대위 인선안 등을 협의하고 당 회의에도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22일 여의도 당사 또는 염창동 당사로 첫 출근할 예정이다. 경선캠프좌장격이었던 이재오 최고위원도 앞으로는 당사 최고위원실에서 모든 업무를 볼 계획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다만 선대위 구성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빨라야 9월 정기국회가 개원한 이후 본격적인 인선이 시작될 것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특히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직으로 영입하는 문제의 경우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어놓겠지만 먼저 당 지도부와의 협의를 거쳐 시간을 두고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캠프 대변인을 지낸 박형준 의원은 "후보는 선대위 구성 등에서 서두를 생각이 없다"면서 "주요 사안은 당 지도부와 긴밀한 논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선대위원장에는 외부에서 좀 명망있는 유력한 분이 오셔야 하지않겠느냐"면서 "당내에서도 선대위원장으로 몇 분 모시는데, 제 1순위로 박근혜 의원에게도 부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과 관련, 측근들 사이에서는 이 전 시장에게 '프리핸드'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핵심 실세들은 당분간 백의종군하면서 '숨은 조력자' 역할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심에선 사실상 졌다"고 평가받는 이 전 시장이 이미 '탕평책'을 쓰겠다고 밝힌 점과 측근들만이 중용될 경우 당 장악과 화합 유도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의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대위 구성과 당직 개편 등이 본격화되면 한나라당의 주류 세력 교체는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를 지원했던 의원들 역시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주지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들에게 핵심 요직을 맡길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자유당, 신한국당을 거쳐 현재의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당을 지배해 온 강경보수 성향의 주류 세력이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비주류 세력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보수정당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적지않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가 당 개혁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 태세여서 주목된다.

"여의도식 정치를 확 바꾸겠다"고 공언해 온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지도부와의 첫 간담회에서 '당 화합'과 함께 '개혁'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그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면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출발해야 한다"면서 "색깔, 기능면에 있어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이 우리에게 바라는 시대정신과 기대가 무엇인지에 대해 몇 날 며칠 밤을 세우더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국민의 기대에 가까이 가는 정당의 모습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 개혁 방향과 관련, 측근들은 극우보수의 색깔을 약간 빼 '중도' 이미지를 추구하는 동시에 '일하는 정당',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론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경험을 토대로 다소 경직돼 있는 여의도식 정당 운영방식을 탈피해 기존의 정당체제에다 일 중심의 기업형 운영방식을 접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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