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17대 대통령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선출했다.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격렬했던 선거전을 말해주듯, 두 후보의 표차는 불과 2,452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려했던 경선불복이라는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약속대로 깨끗하게 승복했다. 과정은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이 일 정도였지만 결과는 '아름다운 경선'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선'이 본선 승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곧 당을 이 후보 중심의 대선 체제로 개편할 것이다. 핵심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어야 한다. 당연히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공격한 상대 후보의 사람들도 껴안아야 한다. 당의 화합을 위한 포용을 인적 구성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 후보는 "당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전심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아울러 공약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후보는 "경제를 살리라는 요구와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 달라는 두 가지 시대정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세 후보의 공약도 일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점이 드러난 공약은 보완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새로이 내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을 깨끗하게 해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선으로 가면 더 혹독한 검증 공세가 일 게 뻔한 데 아니라고 부인으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표의 역할 또한 지대하다. 박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 모든 일들을 몇 날 며칠이 걸려서라도 잊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몸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듯, 말로는 화합을 외치면서도 뒤에서는 이 후보 흔들기에 나선다면 '깨끗한 승복'은 빛이 바랠 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는 선언이 빈 말이 아니길 바란다.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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