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 출신이야?

꽃은 피는 계절만 있나? /봄엔 속삭임 뭉쳐 기지개 모둠으로 피고 /여름은 더위 뿜는 계곡 물살 싸리 꽃 보다 잘 생겼다. /누가 가을 한 철 두고 네 계절 꽃이라고 했나? /갈대 생각에 강을 그리면 / '서걱서걱'바람 따라 흘러온 서정. /한꺼풀 씩 세 계절 밭이랑처럼 /촘촘히 엮어가며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그래서 궁금해 하고서정시 읊는 박넝쿨 따라/ 하얀꽃만 키워가나 보다. /필자의 시'그리움을 그리다'전문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결단력이 부족하여 무기력 해 보이는 사람을 보고 '물'이라고 비하한 경우가 많다. 돌아서 비껴갈지언정 먼저 가려고 새치기나 결코 신호를 위반하는 일이 없으니 이리붙고 저리 거스르는 자들의 허우대 멀쩡한 입에서 나온 말이리라. 물은 삶의 지혜가 다양하여 고여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라도 아우성 하지 않는다. 늦가을 물속을 깊게 들여다 보았는가? 가르침의 그리움 모두를 응축하고 있다.

-너 어디 출신이야?

물은 고향을 묻지 않는다. 어느 학교에서 흐르는 소릴 배웠건 꼬치꼬치 캐는 법도 없다. 각기 다르게 흘러와 모였지만 금방 부드러운 자태로 서로를 품어준다. 어우러짐은우리네 삶의 일그러진 갈등을 희석시켜 은유적 나무람을 쏟아낸다. 이젠 날이 갈수록 지난 날 고사리 손길 하나하나에 대한 소중함이 일고 요즘 들어 부쩍 공교육이라는 엄청난 굴레 속에서 작은 실천의 두려움과 만난다. 바로한달 전,장학관에서 동심의 해맑음이 피는 교육현장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또 다른 각오의 짐을 푼다. 그동안 교장은 제왕형 군림 운운의 기사도 보았다. '학부모 입장은휘두르는 권력에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이란 덧붙임까지. '제왕적 권력?' 뉴스를 통해듣긴 했어도 지나친 사치수준의 지체높은 용어로 다가선다. 요즘 어떤 세상인데...... '변해야 살 수 있다'는 강한 외침에 가장 낮선 곳이 학교라고 누가 함부로 말하는지학교현장을 전혀 모른 억측이었다. 운동장에선 일과시간 내내 달리고 매달리고 던지고 발로 차며 운동장을 딛는 소리가 끊이질 질 않는다. 돌아가며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며 악기소리에 저절로 귀가 쫑긋해 진다.'야 교장선생님이다 뛰지마'오른 쪽 보행이 서툴어 가끔 왼쪽을 향한 또래들에게 스스로 규율부장 노릇까지 어느 한 군데 채널을 고정할 수 없다. 감동하며 박수를 보낸다. 이렇듯 교육은 따스한 가슴이 먼저일 때동력이 달궈지리라.

-선생님 홍수시대

교원자격증 유무를 떠나 초등학교 어린이와 마주하는 선생님 유형은 꽤 여러 가지다. 담임,전담,상담,기간제,강사,방과후 학교,보조, 돌봄교실,엄마품 멘토링과 학교 밖에서의 학원, 학습지 선생님을 합하면 가르침에 대한분류조차 어려울 정도로많아 교직원들 조차 호칭을 두고 민망할 때도 있다.공부와 생활전반 통째로 꿰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집안의 모든 시계를 자녀 중심으로 돌리고 멀쩡한 손 가진 아이의 연필까지 깎아주는 까칠한 정보도 들린다. 내 아이 기(氣) 죽을까 봐 연체없는 뒷바라지 대출은 계속된다. 선생님이야 말로 가르치는 것 외에 정신을 올곧게 심어주는 지기이다. 의식 속에 자리잡지 못하면 가르침이 아니다. 지혜가 전제돨 때 비로소 선생님으로 인증됨을 어쩌랴. 전통적으로나 법규적으로 교직은 다른 직종과 다르게 이런저런 윤리를 요구 받는다. 때로는 불편하고 말못할 괴로움도 따르지만 조금만 뒤 돌아보면 숭고한 도덕성과 절제, 권위를 아름답게 발현함을 깨치게 된다. 세상 모든 위대한 꿈은 교육이란 자양분으로 이루어진다.진정한 선생님이야말로 아이들과 열애하며 바른 삶의 수월을 향한 동행 아니던가? 자녀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 학부모 함께 서로 기(氣)살려주는 교육의 그리움은 꿈일까?

▲ 오병익 청주 경산초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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