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서 영향력 확대..사회적 불평등 해결에 관심

유럽 각국에서 갈수록 정치적 영향력을확대하고 있는 무슬림들이 원하는 것은 뭘까.

유럽 내 무슬림들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정부가 친 이슬람 내지 최소한의 진보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도록 하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3일 분석했다.

일부 이슬람 전문가는 1천600만명에 달하는 유럽 내 무슬림이 유럽연합(eu) 각 국의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통합된 정치세력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2004년 저서에서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프랑스 정부의 반대는 부분적으로는 프랑스 내 무슬림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작가 브루스 바우어는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수백만 아랍인의영웅인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는데 동참함으로써 프랑스 내 무슬림의 분노를 사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브루킹스 연구소의 오메르 타스피나르는 유럽 무슬림들이 갈수록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극히 제한된 규모의 무슬림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상당수는 서구식 민주주의와 함께 좌파 성향이기는 하지만 제도권 내 유럽 정당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의 지테 클라우센 교수는 "유럽 내 대부분의 국가에서 무슬림 인구의 10-25% 정도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는 너무 어리거나 시민권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의 경우만 해도 320만명에 달하는 이슬람교도 가운데 시민권을 가진 경우는 50만명에 불과하다. 응집력 있는 유권자 집단이 못되다 보니 정당들이 무슬림 표에 크게 개의치 않아온게 사실이다.

프랑스에는 '유로-팔레스타인 리스트'라는 무슬림 정당이 있고 언론의 주목도 받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표는 거의 획득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무슬림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익 성향의 반무슬림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코란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한 네덜란드 극우 의원 기르트 빌데르스는 여론조사에서 13%에 달하는 지지를 얻는 등 인기가 급상승했다.

다른 한편으로 대다수 무슬림은 하루 하루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의 평등한 정책을 원하는 등 소시민적 태도를 유지하는 경향도 있다.

영국에서는 정부의 외교 정책이 무슬림의 투표 성향을 바꿔놓는 경향도 있지만 프랑스 무슬림의 경우 가장 우선시 하는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일 뿐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이라크 전쟁 반대에 무슬림들이 영향력을 미쳤느냐는 물음에 파리 소르본 대학의 패트릭 바일 교수는 "이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 개시 결정이 미국 내 친 이스라엘 로비스트들 때문이라는 주장과도 같다"고 반박했다.

반전은 무슬림의 의견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비 무슬림도 전쟁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영국이 무슬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에 가담했듯이 프랑스는 무슬림의 반발을 무릅쓰고 학원에서의 이슬람 스카프 착용을 금지했다.

신문은 또 일부 소수 무슬림들의 경우 테러라는 수단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폭탄테러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사회당은 3일 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모든 정치인들이 테러를 염두에 두고 정책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수백명의 지하드 요원들이 1천600만명의 유럽내 무슬림보다 더 큰 위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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