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매일 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화이다.

현대 미술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분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사람의 생활과 사고방식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건축이다.

그러나 우리 건축의 현 주소는 건축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가?

주요 건축물의 설계를 누가 했는지. 우수한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의 홈페이지 에서도 건축가에 대한 설명은 없다.더욱이 준공식, 개관식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건축가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것이 상례다.

설계자를 존중하는 문화는 외국에선 상식이다.프랑스 에펠탑 전면에는 설계자 에펠의 흉상이 있다.꼭대기에도 에디슨과 에펠이 함께 토론하는 모습을 재현한 밀랍인형이 전시되어 있다.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주제로 토론하는 장면이다. 브라질의 랜드마크인 니테로이 현대미술관 입구에는 건축가 오스카르니에메예르를 기념하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뿐만 아니라, 기술자와 기능공을 기억하는 기념수를 심기도 한다.브라질 이카이퓨댐의 경우가 그렇다.기술자들을 설명하는 표지도 있다.주요 건축물 개관식에서도 건축가는 핵심 역할을 한다.

독일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제국의사당 개관당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황금 열쇠를 의회 의장에게 건네주는 의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공 디자인은 예술과 기술, 지식과 경험, 학문과 현실이 접하는 문화가 아닌가.디자이너의 많은 노력과 열정으로 창작된 설계임에도 설계의 가치나 디자이너의 역할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더 안타깝다.

아파트든, 학교든, 사무실이든, 더 살기 좋은 공간을 고민하는 건축가의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구조적 문제점도 있다.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건축은 일괄시공 업자가 건설관련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발주하는데 이때 건축가들이 시공자의 용역꾼처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어느 건축가는 공공건축물을 이러한 방식으로 발주하는 곳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행정편의주의, 건설우대주의가 빚어낸 코미디라고 했다.

이런 것들을 불식 시키기라도 하듯 지난 2일 충북 건축인들의 뜻 깊은 축제 한마당인 제1회 충청북도 건축문화제가 개신문화관에서 성대히 열렸다.이 뜻 깊은 축제는 건축 3단체인 충북건축사회와 대한건축학회 충북지회, 한국건축가협회 충북지회가 함께 주체한 자리이기에 행사가 더욱 돋보였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건축3단체 회원은 물론 유관기관에 근무하는 건축직 공무원간의 친목도모와 유대를 강화하고 상호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공고히 하여 지역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이다. 또한 건축과 관련된 제반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도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느낄 수 있는 지역 건축문화축제가 되도록 한 것이 성과였다.

주요 행사로 건축문화 초청강연회, 건축작품전시회, 독거노인 집수리 봉사, 자연 보호 캠페인, 건축인 체육대회, 건축인의 밤, 도민과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로 눈길을 끌었다.

건축을 공부하고 평생을 건축과 동행하는 건축인들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큰 창조물인 건축을 통해 도시를 가꾸고 꾸며온 창조적 예술인 이다.건축은 그 지역의 생활 습관은 물론이고 기후와 풍토,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기에 도시의 건축물은 우리의 문화이고 그 시대를 투영하는 역사이다.

그 동안 도내의 건축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창의와 예술성을 바탕으로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더구나 오늘의 건축은 과거의 단순 주거공간 개념을 넘어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사회적?문화적 아이콘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동맥인 고속철도 ktx가 유일한 분기역인 오송에 개통되었고 첨복단지를 중심으로 충북의 미래를 열어 갈 본격적인 오송시대가 개막 되었다. 아름답고 튼튼한 기능적인 건축물, 우리 충북만의 고유한 창조건축물로 충북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께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의 면모를과시하는데 건축인 모두가 일조하기를 바람해 본다.

우리는 시드니를 말하면 관광객들은 단번에 그림같은 요트가 즐비한 아름다운 항구, 오페라 하우스를 떠 올린다.파리하면 에펠탑과 패션의 도시를 떠 올린다.

이렇듯 우리 건축인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하여 오늘의 어울림 한마당인 충청북도 건축문화제가 우리 건축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축제로 거듭나길 염원해 본다.

▲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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