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대타협 윈윈인가

전격회동·극적합의. 여야 정치권이 예산안처리 등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대형 쟁점의 처리 과정에서진통을 마무리할때 등장 하는 단골 수사이다.

대부분 단순한 긴장감을 넘어 어떻게 보면 드라마틱한 요소도 가미돼 있어 미디어 매체에서는 당연히 비중있게 취급될 수 밖에 없다.

바로 엊그제,충북에서도 중앙정치의 한판 무대극을 그대로 옮긴듯한장면이 연출됐다. 그것도 지사가 출장중인 교육감과의 선상(船上)통화에서 회동일을 일요일로 정한 뒤 아침먹으며 합의하고 오후에 드디어 결말이 났다며 발표했다.

물론 일요일에 끝장을 내지 않으면 월요일부터 해외출장에 나서는 이지사가 결국 예산안 제출시한인 11일을 넘길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처리에 대한 부담때문에 어쩌면 대타협은 예고된 바이지만 긴장감은 충분했었다.

이시종지사와 이기용교육감이 5개월여 줄다리기를 한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 확대를 둘러싼 대립각이 타결된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주연은 두사람이지만 조연급 주연이 또 있다. 돈을 서로 적게 내겠다고 버티던 두 기관의 중재를 자청해 나선 김형근도의회 의장이 장본인이다.

수차례 도와 교육청 실무자들간의 분담금 액수 차이가 현격하고 전혀 좁혀지지 않자 도의회는 두번의 조정안을 제시하며 양보와 대타협을 이끌어내려 애썼다.

외향적으로는 대의기관으로서의 기능과의무감에 젖어서인지 진솔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조정에 임한것 같다. 결과도 만족할만하다.

그래서 그 순수성, 그 적극성의 동력이 자기들과 동지적 관계인 이지사의 제1공약 관철때문이라고말한다면 무척 억울해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찌됐든도가 304억원- 도교육청이 400억원을 부담하는 선에서 마무리진 이 결과를 놓고 도는 명분을 ,교육청은 실리를 챙겼다고 하지만 솔직히 뭐가 실리고 뭐가 명분인지 모르겠다.

다만 두사람 모두 선거공약이라는 스스로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게됨에 따라 그 자체가 '윈윈’한 것이라고 하면 그런대로 수긍이 간다.

더구나 전국 광역단체중 ‘처음’이고 보면 더욱 그럴것 같다. 진보적 성향의 도지사와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보란듯이 첫 테이프를 끊었으니 다른 광역단체들이 부러움반 ,조급함 반 정도의 기분을 가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 진실이고비판적인 시각을 끌어 안을 만한 사회적 함의를 담고있는지는 의문이다.

충북도는 민선5기 출범 후 '전국 처음'이라는 명예로운(?)기록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도청 구조조정을 통해 자리를 49개 없애고 그 비용을 복지쪽에 돌리겠다고 밀어붙였다. 승진이 막히게 된 중하위직의 불만은제철공장의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고있다. 도청 공무원들이 일차로 당했다면 이번엔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화를 삭여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예산부족인 상황에서 동의할 수 도 없는 무상급식 전면 확대의 비용을 마련하라고 하니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도청의 수장을 향하는 냉기가 휘감고 있다. 물론 성장기 학생들에게 풍부한 영양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나 지역사회 모두 보람된 일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과연 지금이 그 때냐 하는 점이다.

보편적복지의 명분아래 애초 부터 무리수 공약을 만들고 관철하는데 뒤따르는 일선의 고충을 과연 제대로 알기나 하느냐는 게 주류다. 아이들 공짜밥 먹이는 생색도 좋지만그 뒷돈을 대는 부모들의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업먹거리는 언제쯤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게 될지 모를일이다.

▲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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