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외면하는 의사

칠순의 k씨는 진난 주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를 데리고 청주시 소재 유명한 안과병원을 찾았다. 가벼운 안질기가 있는 손녀의 눈 상태를 진찰받기 위해서였다. 50여분을 기다린 끝에 손녀를 진찰한 젊은 의사는 "유행성 안질이므로 전염성이 있으니 등교는 담임선생님과 상의하라"면서 며칠간의 처방전을 발급해 주었다. 이튿날, 눈에 안약을 넣은 효과도 물론 있을 터이지만 처음부터 안질이 심하지 않았던 손녀의 눈이 멀쩡하게 보여 k씨의 아내가 손녀와 함께 그 병원에 가 의사로부터 다시 진찰을 받고 "전염성이 의심되니 무조건 3일 후에 다시 오라"는 처방을 받았다. k씨의 아내는 미심쩍어 손녀의 안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지만 그 의사는 이를 도외시 했다.k씨의 아내는 처방전을 들고 평소 이용하고 있는 동네 약국과 다른 병원을 찾아가 알아보니 그 처방전의 약은 '스트레스성 안질'에 사용하는 약이었다. 손녀의 눈 상태를 본 다른 병원장은 "유행성 전염성 안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언하고 그런 의사 소견서를 써 주어 학교에 내도록 해주었다. 처음 병원 의사의 말을 전해 듣고 이틀 간 손녀를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던 담임교사는 등교를 허락, 3일 만에 탈 없는 몸으로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이같이 어이없는 일을 겪은k씨 부부는 기가 찼다. 그리고 환자가 몰리는 유명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평가절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명 외면하는 의사

우리는 k씨 사례 등을 접하면, 의사. 병원과 환자의 원만한 관계가 무엇인가를떠올리면서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bc460~bc377)의 선서, 1948제네바 선언'을 상기하게 된다. 의대생들이 졸업식장에서 낭독하는 이 선서는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전략)나의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후략)"고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사 윤리 강령(1997년4월12일 전문개정)'제2장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에서 "의사는 환자를 질병의 예방. 진료. 재활과 의학연구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인격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 대한다. 의사는,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이루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상태와 예후. 수행하려는 시술의 효과와 위험성. 진료비 등에 대하여 환자나 보호자에게 신중. 정확. 친절하게 알림으로써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제고하여야 한다."고 명정하고 있다. 그리고 유명 병원들의 윤리 강령은 거의 유사하게 "우리 병원은 사회의 건강한 문화와 보건 법규를 준수하고 모든 경영활동을 건전하게 영위 한다"고 게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의사는 환자를 인격적으로 모시고, 병원은 합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두 얼굴의 의사. 병원

그런데 우리의 의료계 현실은 어떤가.환자들과 가족들이 느끼는 의사의 모습을 요약하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친절과 불친절'의 두 얼굴이다. 친절한 의사들은 몸이 아파 불안한 심리 상태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안심시키면서 질병 상태와 처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환자나 가족들의 질문에 성의 있게 대답해 주면서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 한 예로, 청주의 모 치과원장은, 다른 치과의원에서는 대부분 뽑아야 한다는 충치라도 가능한 한 살려 제 치아를 보수해주는 시술을 하고,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치료비를 경감하고 있어 환자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불친절한 의사들은 환자들이 물으면"의사가 알아서 해줄 터인데 뭘 묻냐"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 권위적으로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하고 있다. 이런 의사에게는 두 번 다시 진료를 받고 싶지 않은 게 환자들의 정서다. 이러다 보니 그 병원 간호사마저 불친절한 인상이다. 그런데다 일부 병원은 병원비를 부당 징수한 것이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의사와 병원은 환자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춘길 본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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