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는 옛말

옛말에 '스승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말이 있다. 또 '스승님은 촌수도 없다'는 얘기도 있다. 선생님의 엄존함을 표하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스승님들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보고 듣기에 민망하다.

교편(敎鞭)은 출석부와 함께 선생님들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음을 40대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서 필요한 사항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적당한 크기의 막대기로, 선생님이 항상 갖고 다니는 회초리가 바로 교편인 것이다. 반장의 우렁찬 '차렷' '경례' 소리와 함께 교탁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렸었다. 또 어수선한 수업 분위기를 이 교편을 한두번 두드림으로 조용하게 다스리지 않았던가.

물론 보통 쓰임새 위력은 매에 있었다고도 볼수 있다. '사랑의 매'란 이름으로 이 회초리는 교사의 위엄으로 군림했으며 학생들 사이에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랑의 매'는 옛말

우리 고유의 전통서당에서 훈장님들은 회초리가 필수 지참물 아니었나 싶다. 그당시 회초리는 가르침의 도구로, 그리고 서당교육의 초달문화(楚撻文化)에서 유래된 것이다. 서당에 아이를 맡긴 부모는 산에서 가장 매끈한 싸리나무만을 골라 잘 다듬어 한다발 묶어 훈장님에게 전달 했다. 필요하면 때리면서 자식을 잘 인도해 달라는 의미일 게다.

훈장님은 부모님의 정성이 묻어있는 이 교편(싸리나무 등)으로 학동을 혼내가며 엄하게 훈육 시켰다. 이처럼 초달문화는 스승님이 제자들의 잘못을 징계하고 분위기를 확고하게 다스리는데 적절하게 활용돼온 것이다. 물론 교사가 이같은 교편풍습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 했다가는 화약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다.

학생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 조례 제정안까지 마련되는 요즘이니 어찌 '사랑의 매'를 운운 하겠는가. 학부모가 교사를 폭언에 폭행까지 하고 , 심지어는 제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입원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종종 발생하는게 요즘 우리의 교육현장이다. 가끔은 도저히 교사로 인정해 주기 어려운 선생님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인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문제시 되는 행동만을 끄집어 내 잘타 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사랑의 매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 훈육이 절대 필요하고, 그것은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선생님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인성보다는 입시위주

학교 교육 중심에 서 있는 선생님들의 경험만큼 큰 자산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 눈치를 보면서 교육현장을 지키는 선생님은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 보다는 안타깝다는 말이 맞을 듯 싶다. 교사들의 역할이 인성훈육 없이 오로지 입시위주의 지식만을 가르치는 성적올리기 파수꾼으로서 존재가치만 인정 된다면 오랜 전통의 교편(敎鞭)은 본연 의미부여를 못한 채 교육박물관 한쪽을 차지하는 구시대의 유물로 남을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앞선 사람이 아직은 덜 성숙한 후학을 제대로 인도하는 고도의 지적 전인적인 행위라 할수 있다. 교사의 교육적 권위가 중용되지 않으면 사회적 인간을 만드는 학교 교육은 더 이상 필요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학교 선생님의 회초리는 폭력이고 학원 선생님의 매는 사랑의 매라는 자조적인 말이 교사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마당이다.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인권이 부딪치면 교육현장은 아마도 아수라장으로 변할지 모른다. 최현대 시대에 어울리는 또다른 의미의 교편(회초리)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대중들이 하고 있다.교편의 한 주체인 교사들 입에서도 교편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 하다. 이 시대의 교육적 가치를 만드는데 스승들의 경험만 큼 유용한게 없음을 우리 모두는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래서 교편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는 것이다.

/김영대 충북도립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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