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나라 도서에 관련한 두 가지 경사스런 소식이 들렸다. 하나는 프랑스에서 훔쳐간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훔쳐간 조선왕실의궤가 반환되는 일이다. 돌려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지만, 굳이 훔쳐갔던 물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규장각이란 말은 1782년 2월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하기 위해 강화도에 설치한 도서관을 말함인데, 그 도서관에 국가 중요 행사내용을 정리한 서적이 보관되어 있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이 강화도를 침범하면서 3백여 도서를 챙기고, 나머지 책들과 건물을 불태웠던 일이 있다. 1975년 박병선 박사가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발견하고 계속 반환을 요구해 온 일이 있다. 도둑맞은 지는 145년 만이고, 반환을 요구하기는 36년 만인데, 이제 5년마다 대여한다는 묘한 조건을 내걸면서 반환을 해준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에서 굳이 대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여러 가지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훔쳐 간 국보급 물건이 어디 외규장각 도서뿐이겠는가. 그러니 다른 나라에게 선례를 남길 수 없어 대여라는 묘한 용어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조선왕실의궤를 포함해서 1,205책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이 이렇게 문화재급의 도서를 반환하는 일은 한일관계를 좋게 이끌기 위한 과감한 정책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 조선강점 초기에 가져간 도서가 그것뿐이겠는가. 일부 학자들은 조선총독부가 조선 도서 중에 역사성이 있는 사서를 중심으로 약 20여만부를 불태워 없앴으며, 여러 갈래로 유출시켜 가져 간 도서도 약 20만부가 된다고 한다. 도서의 상당수가 일본 사찰과 학자, 학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대여형식으로 반환하는 점에 대해서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 문화재환수 문제에 있어 자존심을 약간 상하게 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측이 요구한 영구 대여라는 말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5년마다 대여기간을 자동연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는데, 반환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외규장각 도서가 프랑스의 국유재산으로 규정되었기에 소유권 양도가 프랑스문화재법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145년 전에 훔쳐간 것은 프랑스 국법이었단 말인가. 남의 나라 국보급 도서를 약탈해 간 것이 확인되었으면 국법이 어떻든 국제간의 도의상 되돌려 주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자동 대여라는 아주 묘한 용어로 자국의 입장만을 세우려는 처사는 환영할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볼 때 우리가 그 동안 여러 차례도서 반환을 위해 노력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만한 진척도 국력의 신장과 맞물려 있다고 자족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정현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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