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휴식 끝..28일부터 재개

"푹 쉬었다. 제대로 붙자"

프로농구 10개 팀이 열엿새 동안의 늦가을 휴가를 마치고 오는 28일부터 다시 코트로 복귀한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맞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기간을 가졌다. 아시아 맹주 자리를 잃어버린 한국 대표팀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각 팀 감독들은 주말 '재개막'을 앞두고 마치 시즌 개막 전 출사표를 던질 때처럼 다소 긴장하면서도 비장한 목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10개 팀이 치른 경기는 총 58경기. 올 시즌 모두 270경기가 치러지는 걸 감안하면 아직 오부능선도 반을 넘지 않았다.

각팀 주전급 멤버를 되찾은 사령탑들이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달리 말하면 올 시즌 프로농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셈이다.

휴식기를 가장 편한 마음으로 맞이한 건 단연 서울 삼성이었다.

이씨 삼 형제(이규섭, 이승준, 이정석) 세 명을 몽땅 대표팀에 내주고도 알토란 식스맨들의 활약으로 9승3패를 수확하며 2위에 오른 삼성에게 이들의 복귀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김동욱, 차재영 등 식스맨들이 자신감 충천은 물론이고 이젠 아예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3명의 합류로 선수 기용폭이 넓어진다. 경기 당일 컨디션 봐가며 기용할 예정이다. 다만 대표팀 멤버들이 기존 식스맨들과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어 다소 걱정된다"며 행복한 고민을 늘어놨다.

한편 시즌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인천 전자랜드는 비록 돌아올 대표팀 선수 하나 없지만 조직력이 어느 팀보다 탄탄하게 갖춰져 초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형 만한 아우' 없음을 코트에서 몸소 보여준 문태종의 골감각과 베테랑 신기성과 서장훈의 노련미는 앞으로도 전자랜드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아직 초반이라 향후 판도를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면서도 "전자랜드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조화를 이룬 조직력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2위 삼성을 한 게임차로 바짝 추격하는 부산 kt는 걱정이 앞섰다.

평균 신장이 185㎝도 안 돼 골밑 싸움도 쉽지 않은 판국에 송영진-김도수-최민규까지 줄줄이 부상을 당해 시름에 빠졌다.

슈팅 가드 조성민이 광저우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그들의 공백을 메울 수 없을 전망이다. 전창진 부산 감독은 일단 남은 2라운드 6경기에서 일단 반타작 승부라도 하는 게 목표다.

대표팀 차출 인력도 없는 데다 주희정, 김효범 등 호화 멤버로도 쉽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한 서울 sk는 지난 12경기 동안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들쭉날쭉한 조직력을 보름간의 휴식 동안 얼마나 다듬었는지 그리고 방성윤이 얼마나 빨리 깁스를 풀고 코트에 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표팀의 귀국행 비행기를 가장 눈 빠지게 기다리는 팀은 전주 kcc다. 하승진의 막판 광저우행으로 kcc는 결국 비상등을 끄지 못하고 잦은 연패에 시달리며 중위권 외곽으로 밀려나 있다. 휴식기 직전 허벅지를 다친 전태풍이 하승진과 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칫하면 연패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인데다 1위와 승차가 4.5게임밖에 나지 않는 만큼 선두권 도약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거인 센터 하승진이 단번에 팀을 선두권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편 8위 대구 오리온스(4승7패)는 성적도 바닥을 맴도는 데다 최근 다시 불거진 김승현 사태로 구단과 선수들 분위기마저 어수선하다. 구단과 코치진이 먼저 나서 팀 응집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초겨울 쪽잠을 마친 10개팀은 내년 3월 20일까지 농구 코트 위에서 한겨울을 보낸다.

/조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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