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운영 비난받아 당연

우리나라 유일의 민간 성금모금 창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휘청거리고 있다.감사원과 보건복지부의 감사결과 임직원들의 공금횡령·성금유용 등 비리와 운영상의 난맥상으로 국민의분노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가족, 이웃을 상징하는 빨간색 사랑의 열매가 ‘ 비리의 열매’로 곪아터지고 있다.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어디 손 댈게 없어 어려운 이웃 도우라고 맡긴 돈으로 술집에서 카드를 긁을 수 있냐는 것이다.가뜩이나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제식구 배불리기에 열받는 국민들로서는 어이가 없을 법하다. 공동모금회도 석고대죄의 심정으로발빠른 수습을 하고 있지만 한번 빗겨간 국민의 싸늘한 시선은 거둬지질 않는 것 같다.

사실 어느 측면으로 보면 출범한 지 12년 된 공동모금회는 비교적 국민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과거에도 일시적인 비리가 적발된 적이 있으나 자체조사후 면죄부 성격의 솜방망이 처벌로 귀결되곤 했다.임직원들의 신분은 공무원에 준하지만 대우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그래서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들의 심사가 뒤틀리는 일도 있었다.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하기 보다 근본적으로 생산성은 전혀없이 국민의 성금과 지자체 일부 보조금으로 꾸려가는 현실을 감안 할 때 정서와 이치에 맞지않는다는 것이다. 충북 사회복지계에서도 이 때문에 갈등이 있었고 결국 모금회직원들이 제살을 깎는 일도 있었다.이런 저런 곱지않은 시선이 존재한가운데지탄을 받을만한 철딱서니 없는 일들을 저질렀으니 이번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쇄신을 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까지 몰렸다.

비리가 터지자 회장과 이사진 등 20여명이 동반 사퇴하는 바람에 지금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다. 이 비대위가 며칠 전 조직쇄신안을 발표했다.핵심은 임직원의 도덕성 강화와 운영의 투명성 제고이다.공금 횡령, 향응때는 적발 즉시 퇴출하고 술집,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를 못쓰게 했다.이 정도는 새로울 것도 없다.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회와 16개 지회에 설치한다는 시민감시위원회다. 기부자와 배분 관련자,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해 모금회 내부 의사결정과정을 모두거울처럼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자체 외부 감사를 둔 현재시스템은 믿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는 워치 독(watch dog 감시견) 이 하나 더 늘어남을 시사하는 것이다. 자업자득이지만 거듭나기의 몸부림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장1일부터 시작된 연말 모금활동이다. 모금회로서는 일년 농사를 짓는 것이나 다름 없는 데 폐농하기가 십상일 것 같아 표정들이 어둡다. 예전처럼 기관장 초청하고기세좋게 치렀던 성금모금 출범식과 사랑의 온도탑제막식도 취소하는 등 전전긍긍이다. 성금 목표는 지난 해 보다 높게 잡았지만주민들의 냉랭함에얼마나 거둘지 감도 잘 안잡힌다. 천안함 때 2개월만에 381억원이라는 국민들의 성금이 답지한 것과 달리 연평도 포격 열흘이 됐지만 10분의 1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불신이 넘친다.모금창구도 전국재해구호연합회와 적십자사가 더해졌다. 모금회의 굴욕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개인기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전체 모금액의 73%가 기업 등의 기부이고 나머지가 개인기부인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를 볼 때 이번 겨울 유독 추위를 타는 힘든 이웃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충청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송옥순 신임 회장의 입장은 더 딱하다.자리를 맡은지 며칠 안된데다 여론이 너무 안좋은 환경에서 첫 과업을 하게 돼 주위의 걱정을 사고있다. 전국 처음으로 여성회장을 맡아 주목을 끌며 평소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돌파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때가 때인만큼 본인의 의지와 열정만으로 이 분위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해 보인다. 그렇다하더라도 나눔의 손길을 거둬서는 안될 것 같다.'빨리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가라'는 말이 있듯이 밉긴하지만 그래도 환골탈태를 선언한 모금회에게다시 한번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성숙됨이 아닐까.

/이정 본보편집국장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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