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옥션, 옥션M 등 가세..경매 전쟁시대

해외 명품 그림 공급을 내걸고 탄생한 'd옥션',대구지역의 탄탄 미술전통을 바탕으로 미술열기를 지방으로 옮기겠다며 탄생한 대구의 '옥션 m' .

9월4일 첫 경매를 실시하는 강남구 논현동의 d옥션이 28일 경매장을 공개하고 향후 운영계획을 밝혔다. 때마침 옥션 m은 이날 오후 대구 mbc 사옥에서 첫 경매를 실시해 무려 94%에 육박하는 낙찰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1998년 12월 가나아트센터가 국내 최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을 출범시키고 2005년 11월 갤러리 현대 등이 2번째 경매회사인 k옥션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미술계에서는 "좁은 미술시장에 경매회사가 두 개나 되는 것은 과잉"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안돼 미술시장이 전에 없던 호황을 맞고 경매회사로 시장 주도권이 이동되는 듯한 양상이 보이자 여기저기서 경매회사 설립 추진소식이 들려왔고, 결국 현실화했다.

이에따라 내달부터 미술계에서는 유례없는 경매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양대 경매회사의 격월 단위 경매와 신설 경매회사들의 경매 7-8회를 감안하면 매달 미술품 경매가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서울 강남권 겨냥하는 경매회사들 = 신생 d옥션의 정연석 회장은 "국내 3번째미술품 경매회사이자 강남권 첫 경매회사"라고 강조하면서 해외 미술품을 주로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또 "해외 미술품에 비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한국 작품은 그리 많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매 프리뷰를 통해 보여준 대표작품 역시 샤갈의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화가(추정가 7억8천만-10억원)', 로댕의 '입맞춤(7억-10억원)', 뒤피의 '붉고 푸른 퀸텟(7억-9억원)', 르누아르의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은 안드레(5억8천만-9억원)' 등으로 해외작품이다.

박수근이나 김환기, 이중섭을 비롯한 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서울옥션이나 k옥션 등 기존 경매회사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사간동에 자리잡았던 k옥션도 내달 청담동으로 본사를 이전해 강남고객 잡기에 나선다. 서울옥션은 내달 12-16일에는 평창동의 옥션하우스를 떠나 강남 코엑스로 경매무대를 옮겨 '옥션쇼'를 진행한다. 소수 컬렉터 위주에서 일반인의 경매 참여를늘리려는 시도다.

◇지방에도, 미술작가들도 경매회사 = 28일 1회 경매를 연 옥션 m은 지방 경매 바람의 상징이다.

구상회화의 전통이 강한 대구 지역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근현대 한국화가들의 작품도 많이 선보였다. 마침 요즘 미술시장에서 불고 있는 극사실회화 바람에 맞춰 대구 출신 극사실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모은 것도 특징이었다.

이날 경매에는 대구 지역 컬렉터는 물론 서울의 컬렉터들까지 가세해 400여명이몰린 가운데 출품작 149점 중 93.96%인 140점이 낙찰됐고,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 1점은 8억1천만원에 팔렸다.

옥션 m은 분기마다 메이저경매 1회, 소품경매 2-3회 등 연간 6-7회 경매를 예정하고 있으며 k옥션과 업무 협약을 맺어 초기 몇 회에는 김순응 k옥션 대표가 경매사로 나설 예정이다.

미술품 경매가 인기를 얻자 한국미술협회 소속 작가 200명도 컬렉터 100명과 함께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오픈옥션'설립을 추진 중이다. 11월1일 첫경매를 목표로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한국작가들을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며 대기업의 참여도 추진한다.

◇화랑들, 기존 경매회사들 경계 = 화랑들은 경매회사로 주도권이 넘어가는데 대해 우려하면서 경매회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간동의 한 화랑 관계자는 "국내 컬렉터가 해외 경매에서 서양화가의 제대로된작품을 낙찰받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유명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작품은 아니므로 잘 살펴봐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른 화랑 관계자는 "화랑이 경매회사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해왔던 일부 화랑들이 신설 경매회사와 업무 협조를 하는 상황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신설 경매회사들이 자칫 함량 미달의 작품, 재고 작품을 처리하는 통로로 활용할 경우 미술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이 주주가 되는 '오픈옥션' 같은 형식의 경매회사 설립에도 견제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담동의 한 화랑주는 "작가들이 경매회사를 직접 차리는 것은 정말 난센스"라며 "미술시장의 질서가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우려했고, d옥션의 정연석 회장도 "작품 제작에 전념해야할 작가가 유통에도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몫 = 경매회사 뿐만 아니라 온라인 미술품 판매사이트 등 미술품을 다루는 유통업체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옥석을 고르기 힘들어졌다는 뜻도 된다.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최근 월간미술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술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유동성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미술시장은 다시 불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술품을 구입하고 소장하면 큰 돈이 될 것처럼 현혹하는 화상(畵商)들의광고나 주장은 믿을 만 한 것이 결코 못 된다. 주식시장이 상승국면이라고 모든 주식이 전부 오르는 것이 아니듯이 미술시장도 마찬가지다. 입소문에만 의존하지 말고건실한 미술품 애널리스트나 화상들과 수시로 상담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만의안목과 결단에 의해 투자든 투기든 시작해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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