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현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굴렁쇠놀이는 수레바퀴를 굴리며 놀던 데서 유래된 것으로, u 또는 y자 모양인 긴 막대기의 홈에 굵은 철사를 둥글게 말아서 붙인 둥근 쇠테를 대고 넘어지지 않게 굴리며 노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굴렁쇠 굴리기 놀이는 언제부터 행해져 왔을까? 새 천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굴렁쇠'라는 용어 자체가 어색하기만 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굴렁쇠를 갖고 논 경험이 거의 없어서 물음에 답하기가 어렵기만 하다.

전통놀이의 하나인 굴렁쇠놀이는 수레바퀴를 굴리며 놀던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살펴지는데, 삼국시대의 고구려고분벽화에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5세기 때의 것으로 밝혀진 수산리 고분에 있는 벽화무덤에는 둥근 수레바퀴를 던지며 노는 사람이 등장하고 있어 이때에도 이미 굴렁쇠와 유사한 놀이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삼국시대이후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굴렁쇠는 대나무로 만든 둥근 테와 수레바퀴 등을 갖고 굴리면서 놀았으나, 대나무 테는 재질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고, 수레바퀴는 무거운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점차 둥근 쇠테나 굵은 철사로 만들어 사용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광복이후부터 1960년대까지만 하여도 굴렁쇠놀이는 많은 사람들이 즐겼는데, 아동문학가였던 신고송선생님은 1946년에 시 '굴렁쇠'를『새동무』발표하였고, 새로운 형태의 동시와 동요를 써서 한국의 아동문학 발전에 이바지했던 윤석중선생님은 1948년에 동시집으로 『굴렁쇠』내놓을 정도로 굴렁쇠는 늘 우리와 함께 하였던 놀이였다.

그러나 1970년대를 거치면서 굴렁쇠놀이는 명맥만을 유지할 정도로 우리에게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회식 때 지금은 성년이 되었을 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간 「정적」의 연출은 국내외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였고 다시금 굴렁쇠가 우리 곁에 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굴렁쇠에는 어떠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 ? 이제부터 우리 모두 그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를 찾아보도록 하자. 굴렁쇠를 세워 놓으면 한쪽으로 쓰러지는데, 이것은 지구의 중심으로 향하는 중력 때문이다. 하지만 굴렁쇠를 굴리면 계속해서 회전하려는 회전관성이 생겨 멈추지 않고 회전하려고 하고, 중력보다 회전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고 굴러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자이로원리'라고 하는데 이는 회전력 즉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바퀴의 운동량에 의해 틀이 기울어져도 자신의 위치는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굴렁쇠의 크기가 클수록, 무거울수록 또 회전속도가 클수록 회전관성이 커지기 때문에 잘 굴러간다. 팽이도 빨리 돌 때는 반듯하게 서있지만 회전속도가 늦어지면 회전관성이 작아져 지구중력에 의하여 비틀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굴렁쇠 굴리기에는 균형의 원리가 숨어 있다. 균형이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름을 말하는데, 이러한 균형이 중요시되는 것에는 평균대를 비롯하여 모빌, 시소 등이 있다.

자 그러면 우리 모두 함께 굴렁쇠를 굴려 보자! 굴리면서 놀이하나에서도 회전관성, 자이로원리, 균형 등 여러 과학의 원리가 적용 된다는 것을 체험해 보자



윤용현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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