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삼성이 미래의 생존을 향한 변화를 거세게 몰아치면서 젊은 삼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변화를 직시한 미래준비를 위해 젊은 조직과 젊은 리더를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 10월 "어느 시대에도 조직은 젊어져야 하며, 젊게 해야 한다"면서, "21세기는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판단도 빨리 해야 하고 그래서 젊은 사람이 조직에 더 어울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래변화에 대한 위기의 탈출구로 '젊은 삼성'이 선택된 듯하다.

변화에 대비한 삼성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처방은 과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93년 이 회장은 '신경영' 의지를 밝히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새로운 인물의 등용과 새로운 조직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 후 삼성은 반도체 중심의 공격적 사업추진을 통해 1987년 13조 500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을 지난해 220조 1200억원까지 끌어올렸고, 17조 6640억원의 순이익을 이루어 냈다. 따라서 이번 선택 또한 젊고 새로운 조직으로의 변화가 창출했던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삼성은 변화를 향한 조직개편과 함께 젊은 사람으로 바꾸는 인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삼성은 이전에 폐지한 그룹조직의 부활을 선언했고 승진연한에 구애받지 않는 대대적인 인사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이전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삼성이 추진하는 변화방식의 핵심은 사람을 바꾸는 것 같다. 조직의 성과 창출이 조직구성원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희소자원인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중용하는 것은 생산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텔, ge, ibm 같은 초우량기업들도 유능한 인재에 의해 성장했고 미국 제2의 통신회사 월드컴은 인재(人災) 때문에 파산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직운영에 있어서 사람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직운영에 유효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부 유능한 인력이 주도하는 조직과 다르게 조직 구성원 전체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방법이 바로 시스템 경영이다. 물론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구축되어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유능한 핵심인재의 상실로 인해 발생할 위기를 생각해 본다면 시스템 경영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핵심 인력이 없어야 기업이 장수할 수 있다"는 경영전문가들의 조언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룹타워의 부활에 대해서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지만 시스템 경영을 위한 조직변화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젊은 사람 중심의 조직운영은 유능한 인재의 양성에도 기여하는 시스템 경영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 젊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유능한 인재의 범주에서 배제된다면 그동안 조직의 성장에 기여했던 젊지 않은, 공헌의 과정에서 젊지 않게 된 많은 이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만이 젊은 조직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배려의 경영도 함께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환(충남도립청양대학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