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왕과 나'서 왕 대신 내시 역 선택

"이제는 연기를 즐기며 하고 싶어요. 나 스스로 연기하는 맛을 만끽하며 신나게 놀아보고 싶어요. 주인공인지,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연기하는 저 자신이 얼마나 즐겁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배우 안재모(28)의 '현명한 선택'이 요즘 방송가의 화제다. 27일 첫 방송한 sbs 대하사극 '왕과 나'(극본 유동윤, 연출 김재형)에서 그는 캐스팅 제안을 받은 왕 대신 내시 역을 선택했다. 단순히 배역의 이동이 아니라 역할의 비중도 그로 인해 주연에서 조연으로 옮겨졌다. 욕심 많을 청춘 스타의 선택이 눈길을 끈다.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정한수 역이 눈에 들어왔어요. 김재형 pd님은 성종을 맡으라고 하셨지만 왕보다는 정한수가 마음에 드는 거예요. 사실 비중도 작아요.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온 연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안재모는 '왕과 나'의 김재형 pd가 연출한 kbs '용의 눈물'(1996~1998)에서 충녕대군(세종)을 연기했다. 이어 kbs '왕과 비'(연출 김종선)에는 연산군으로 출연했고 최근에는 sbs '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의 큰아들로 대막리지에 오른 연남생을 연기했다. 사극에 출연했다 하면 왕이나 그에 버금가는 권력자 역을 맡았던 것이다. 모두 주연급이었던 것은 물론.

그런 그를 김 pd는 '왕과 나'에서도 '왕'인 성종으로 캐스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나'인 '처선'도 아닌 처선의 경쟁 상대인 정한수를 원했다.

"김 pd님은 제 말을 처음에는 농담으로 들으셨어요. 그런데 제가 계속 진지하게 얘기를 하니까 당황하시더라구요. 그때 유동윤 작가님이 거드셨어요. '듣고 보니 재모씨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본인이 하고픈 역을 해야지 가장 빛날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왕과 나'는 성종(고주원 분)과 훗날 폐비 윤씨가 되는 소화(구혜선), 소화의 어린 시절 벗이자 궁에 입궐하는 그의 옆을 지키기 위해 내시의 길을 선택하는 처선(오만석)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정한수는 내시부 수장 자리를 놓고 처선과 경쟁하는, 야망에 불타는 인물이다.

안재모가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은 것도 처음이지만 주인공의 카운터 파트를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다. 태생적인 악인은 아니지만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

"몰락한 가난한 양반 가문 출신으로 내시가 돼 궁에서 최고가 되려는 야망을 키우는 인물이에요. 전형적인 악인은 아니지만 한이 많아 가슴에 응어리가 있고 자신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제거하려고 하죠. 비중은 적지만 극적 재미와 반전을 손에 쥐고 있어요. 멋지지 않나요?"
한마디로 영리한 선택인 것.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볼 수도 있고, 자신감의 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모르는 분들이 보시면 제가 자존심을 굽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난 12년간 캐릭터와 상관없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만 연기를 하면서 사실 힘든 점이 많았거든요. 연기를 즐기면서 했던 적이 얼마나 됐나 싶을 정도로요. 이제는 제 자신이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요즘 강력 다이어트 중이다. 날렵하면서도 차가운 이미지의 정한수를 위해서는 다소 마른 이미지가 필요할 것이라 판단한 것.

"10㎏을 뺐어요. 죽는 줄 알았죠(웃음). 앞으로 3㎏ 정도 더 빼려구요. 65㎏이 목표예요. 두부만 먹고 살아요. 생식 두부와 김치로 세 끼를 채우고 있어요. 생각보다 맛있어요. 그런데 좀 기운이 없긴 하네요."
한편 안재모는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자신의 학력 정정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3학년에 재학 중인 올 초 학교로부터 제적 처분을 받았는데 네이버에 '단국대 학사'라고 기록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정을 신청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학력 위조 파문이 벌어진 것을 보고 내 학력은 어떻게 기재돼 있나 알아봤더니 '단국대 학사'라고 돼 있더라구요. 졸업을 안했는데 학사는 아니죠. 그래서 바로 정정을 요청했어요. 그게 3~4주 전쯤이에요. 그런데 일부에서는 '일부러 방치했던 것 아니냐'는 말을 해 참 황당하고 속상했어요. 전 거짓말 한 적도 없고 그로 인해 이득을 볼 것도 없거든요."
일본 진출을 모색하다 일이 어그러지면서 2년여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안재모는 '연개소문'을 시작으로 3월부터 다시 본격 활동을 재개했다.

"연기자는 연기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연기, 다양한 연기로 다가가겠습니다. 아팠던만큼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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