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서 축구한 게 자랑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항공기로 폭격하겠다."(장관 인사청문회)

"전사(戰士)중의 전사가 될 수 있도록 병사들을 교육훈련 시켜야 한다."(서부전선 방문)

"군의 관료적 풍토,매너리즘을 과감히 도려내고 전투형부대를 만들어야 한다."(취임식)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의지가 뿌리 뽑힐 때까지 자위권을 발동해 강력히 대응하겠다."(취임 후 기자간담회)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인물인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어록이다. 한결같이 대북 대응에 있어 단호함을 느끼게 한다.그래서인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당한 이후 우왕좌왕한 정부, 그중에서도 군의 유약한 조치에 불만을 가진 국민들로 부터 제대로 된 장관인것 같다며 환영을 받고있다. 어떤 이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결연한 표정과 단답형 수사 등을 보고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저승사자'로 불리며 원칙과 서릿발같은 강직함을 견지했던 이춘구씨를 비유하기도 한다.

군대의 존재 이유가 뭔가. 거창하게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영토를 수호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간단명료하게 말하면 유사시(전쟁)에 써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집단이다.그렇다면 군대는 일단 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열강에 둘러쌓인 탓에 외세 침략도 많이 당했고 그에따라 군대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각인돼 왔다. 이순신장군의 전사(戰史)나 평가는 엇갈리지만 율곡의 십만양병설(養兵說)등 과거 역사속에서도 군대의 존재는 엄연해왔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군사 강대국들의 틈에서 우리는 작지만 강한군대를 추구해왔다. 호시탐탐 남쪽을 노리고 있는 북한이라는 호전적 집단을 지척에 두고 부국강병의 고삐를 다져오긴 했다. 그러나 천안사태나 연평도 포격 같이 국가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충격 속에 우리 군이 보여준 모습은 허둥지둥이었다. 귀가 따갑게 들었던 단호한 응징은 바람빠진 풍선처럼 결정적 순간에 사라지고 정치적 판단이 대신했다. 속절없이 당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국민들의 인내심은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의 등장이 이런 대북 응어리를 속시원하게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충만한 이유가 여기있다. 정치 군인을 배제하고 실제 싸워서 이기는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정형화된 담론이지만 실행의 문제였다. 과거 윤필용 파문이나 하나회 숙군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군대에서 정치색깔을 뺀다는 게 엄청난 부담과 후폭풍을 몰고 오지만 본연의 자세로 볼때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공공연한 것이지만줄을 대지않으면 장군 진급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훈련과 교육에 치중해야 할 시간과 열정을 백그라운드 형성에 쏟아붓고 전력(戰力)누수를 자초하곤 했다. 김 국방장관이 지적한 행정관료화 된 군의 자화상이다.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60년의 남북 대치상황이 되레 안보불감증을 잉태하는 듯한 탓에 실전형 보다 셀러리맨화된 군의 느슨함을 목도하는 것은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일탈을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 그의 의지라고 읽힌다.

군복무를 마친 대한민국 남자라면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fm대로 해라"일 것이다. field manual(야전교범)의 줄임말로 원칙대로, 책에 있는 그대로 하라는 것이다. 이 fm대로 하지 않으면 요령을 피는 것이 된다. 전쟁에서 요령을 피면 곧 패배로 이어진다. 특히 야전에서 원칙에 의한 전투수행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허물어진 원칙을 두번이나 된통당한 뒤에단속에 나선 것이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라고 해도 그 것은 운용하는 장병들의 정신이 따로 논다면 고물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없이 연마하는 훈련과 함께 투철한 정신 무장을 병행하는 것이 전사중의 전사를 육성하는 첩경이다. 그 선두에는 국가의 간성인 간부들이 있어야 한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더 더욱 솔선하고 용맹함을 보여야부하들이 믿고 따른다. 군대가서 축구한 이야기가 군대의 전부인 것 처럼 비쳐져서는 곤란하다. 원칙으로 무장하고 엄격함, 절도,상명하복 등 군 조직의 필수요소들이 김국방의 결기 아래 녹아들어 단호한 응징을 할 수 있는 강한 군대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정 본보 편집국장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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