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는 12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한해를 마무리 하며 국내외 정세를 되돌아보노라면 혹독한 한파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평화롭게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실제 전쟁 상황과 다름없는 사상 초유의 연평도 포격전이 아직도 온 몸을 전율케 한다.60년 전 남침으로 대한민국을 초토화 할 때도 모두가 잠든 일요일 새벽이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있을 무렵 갑자기 북한 경계선을 넘어와 포탄을 발사해 해군 용사들을 죽음으로 내 몰기도 했었다. 더구나 몇 달 전 장병들이 잠자던 시각에 어뢰를 터뜨려 천안함을 침몰시켰다. 이 사고로 46명의 꽃다운 용사들이 희생됐으나 북한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있다. 더구나 한국 여자축구팀과 북한 팀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경기를 한 것이 엊그제인데 북한은 우리들 등 뒤에 이토록 비수를 꽂으니 같은 민족으로서 마냥 경악할 노릇이다. 동포애로 우린 굶주린 북한 동포들을 구하고저 쌀, 비료, 심지어 소떼 등을 몰아다 주었고 심지어는 현금조차 주었었다. 헌데 고맙다는 마음은커녕 무슨 감정으로 민간인들이 사는 땅에 포격까지 해대는지 생각할수록 그들의 만행에 치가 떨릴 뿐이다.

80년대 사회주의권의 개혁, 개방과 동서독의 통일 등 드라마틱한 세계사의 변화 속에서도 남북문제는 지금 시각으로 돌이켜 보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서는 전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북한은 그만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다.

이런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커다란 지면을 할애해 '한국의 성장은 끝났다.'는 특집 기사를 냈다. 한국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중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또 g20정상회의도 주체했다며 한국의 미디어도 이런 성과에 도취된 듯한 보도를 하고 있을 때 나온 기사이니 씁쓸한 마음이다.

한반도에서 세계 유수의 국가정상들이 자리를 함께한 것은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역할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우리 대통령이 의장국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이끌어가는 모습은 우리를 뿌듯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으며 우리의 it제품들은 제일 비싸게 팔리고 있고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주변국들이 열광하고 따라 하기에 이르렀으니 돌아보면 감개무량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 뿐 만이 아니라 이 지구상의 가난과 실업난 경기침체, 억압과 독재 그리고 다양한 문화의 이해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음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세계적인 대통령으로 생각해야 하며 우리나라의 정책은 세계적으로 그 영향이 파급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겠다.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이 자랑이 아니라 세계의 리더로 탄탄한 밑바탕을 다지고 우뚝 서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화합과 국력 신장의 실천인 것이다.

북한집단과 대치하는 긴장된 상황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에서 왜 유독 정치만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할까. 차라리 모두가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나와 국민들이 용서할 때까지 석고대죄하고 자숙할 일이다.

작금의 예산국회가 신성한 국회의사당 안에서 멱살을 잡고 뒤엉켜 폭력이 난무하는 작태를 보며 저 사람들이 과연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들은 묵묵히 일상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정치권에서 국민들을 어루만져 주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국민의 대변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는 못할망정 국민들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서야 되겠는가. 북한집단은 호시탐탐 민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우리와 대치상태에 있음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일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연평도 주민들이 추위와 불안에 떨고 있음도 잊어선 안 된다. 천안함 침몰로 고귀한 46명의 우리 장병의 희생도 잊어선 안 된다. 국회의원들은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섰는가. 국회를 지켜야 할 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무슨 얘기를 하자는 것인지. 선량한 대다수의 국민들을 생각하며 정치인들은 당당히 민의를 대변해야 하리라. 국민들은 이젠 민도가 낮지 않다. 종교계도 성직자의 본분을 저버리지 말아야 하리라. 근로자들은 산업 전선에서, 교수는 강단에서,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으로, 언론도 진정한 정론을 펴며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역할과본분을 다할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밝아지고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강대국 대한민국은 건설될 것이다.

/정관영 공학박사, 충청대학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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