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안상윤 ㆍ 건양대 병원관리학 교수

요 며칠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분의 부친상이 있어 대구엘 다녀왔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 옆자리에 앉은 청년이 신문을 열심히 읽기에 무슨 신문인가 했더니 대구 지방에서 발간되는 한 일간지였다. 충청도에서 수십 년 살면서도 차안에서 우리 지방 신문을 읽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작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기차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 사람이 아니라 몇 사람이 그 지방 신문을 읽고 있었다.

대구지방에서 발행되는 어떤 일간지는 그 발행부수가 수십만 부 가까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내 눈으로 그 실제를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다. 어쨌든 우리나라 같은 서울 지향 풍토 속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신문을 애독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의식은 애향심과 연결되어 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없이는 그와 같은 행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 대해 애정을 갖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나 행정이 주민 밀착적이어야 한다. 정치와 행정 서비스가 항상 주민의 욕구를 간파하여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언론은 그것을 지역주민들의 정서와 결부시켜 기술적으로 잘 담아내야 할 것이다. 지방의 행정과 정치가 주민들의 정서와 거리가 있다면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 대한 애향심 가져야

두 번째는 지역의 주요 기관들이 주민의 경제적 욕구와 밀착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주민들의 만족 여부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우리 지역주민의 정서는 주요 기관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크다. 지역을 대표하는 변변한 금융기관도 없는 상태이다. 상호 머리글자에 대전·충청 자(字)가 붙는 주요 기관들은 우리 지방 대학 출신보다 타 지역 출신들을 채용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그들은 서울지역과 주로 소통하고, 충청지역과는 제한적으로 교류하고 있을 뿐이다.

그 예로, 충청지역에 있는 국립대학들의 본교 출신 교수비율은 평균 20% 남짓하다. 그러나 경상도나 호남 지역 주요 국립대학의 본교 출신 교수비율은 40%를 넘는다. 그래도 그 대학들은 각종 객관적 지표에서 충청지역 국립대학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수 년 전 모 국립대학에서 열린 우수학생 유치 토론회에서 기자 한 분이 충청지역 인재들이 지역 국립대 진학을 회피하는 이유는 제자를 키우지 않는 풍토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지역의 주요 기관들과 주민 사이에 놓여 있는 거리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불문하고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기관에 타지역 출신들이 점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지역 주민의 애향심도 떨어지고 불만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인재들을 지역에서 채용하고 키워야 한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지역문제를 보는 것과 지역 출신의 애정 어린 눈으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충청지역에 발을 붙이고 있는 각종 기관들이 지역 주민과 밀착되기 위해서는 서울 지향적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역인재는 지역에서 키워야

지역을 위해 일할 인재를 키우고 대우해주지 않으면 주민들의 애향심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것은 곧 지역의 퇴보를 의미한다. 대구 시민들이 왜 자기 지방의 신문을 그렇게 열심히 읽는지 원인을 분석해보고, 우리지방의 고질병인 서울 지향성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지역의 발전은 주민의 주체성 확립과 자부심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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