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둘러싼 갈등 심화

364일전인 신춘원단. 60년만의 백호해가 왔다고 희망과 꿈에 부풀었던 올해가 이제 단 하루의 시간만을 달력에 걸쳐놓고 있다. 잘 발달된 몸통,느리게 움직이다 먹이를 향할때의 그 민첩함, 빼어난 지혜와 늠름한 기품으로 산군자(山君子),산령(山靈),또는 산중영웅(山中英雄)으로 불리며 사자 없는 곳의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호랑이가 자기 해의 턱밑까지 희망을 주기는 커녕 엄동설한을 구제역과 함께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그 어느 해라고 별일이 없겠는가 만은 금년처럼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고 풍운과 격랑에 휩쓸린 적도 드물 것 같다. 일년여 동안나라 안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재조명 해보면 결론이 극명해진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한 가운데에는 편가르기와 넘을 수 없는 갈등의 파도가강폭을 넓혀가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엄청난 충격을 던진 안보사태로 대한민국 안위에 대한 염려가 점고(漸高)됐지만 종북좌파 세력과 보수진영 사이의 간극은 돌아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소통을 외치던 정권의 핵심부도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허물기는 커녕, 되레 부추긴 측면도 없지않았다. 이 양상으로 볼 때가까운 시일내 통일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과히 많지 않을 것 같다. 여당의 참담한 패배로 막을 내린 6.2지방선거 결과와 함께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정파 노골화와 타협 불능의 현실 역시한국사회의 치유 불능 중병이 존재함을 확인시켜주었다. 화합과 일치를 저마다 내세웠지만 정작 당선 후의 행보는 소속 정당의 원격조정이 더 심화되는 염려와 아울러상대편 끌어안기 같은 포용과 어울림의 정치가 아직 이분법이 앞세워지는 우리 수준에는 사치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백히했다. 여야가 뒤바뀐 도정이나 의정활동은 대타협과 격려, 상대의견 존중 등의 기본 덕목 보다패당주의, 똥패의식이 먼저 발동되는 아날로그적 정치로 인해 글로벌 시대의 고품격 ,명픔 정치를 그저 먼나라 로망쯤으로 밀어버리고 말았다. 네편 내편이 엉키고 사람들도 이에질세라동서와 남북으로 담을 쌓아가고 있음이남을 인정해주는 큰 정치의 성장을 가로막는 독소로착근되는 것이 아닌지 경계수위를 높여야 하는데 정착 정치인들은 이를 즐기며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충청권과 직결됐던 세종시 추진 문제 역시 진통에 진통을 거듭하며 결국 수정안이 부결되고관계법까지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늦게나마 공사에 활기를 띄고있지만원안 찬성과 반대를 놓고 벌였던 그 치열한 정쟁의 상흔은 세종시가 과연 제대로 모습을 갖출지에 대한 의문이 남게 만들었다. 같은 선상에서의 청원군 2개면의 세종시편입여부를 둘러싼 소지역의 극한 대립과 불신은 향후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원대한 청사진이 회색빛으로 퇴화될 지 모른다는 걱정을 더하게 한다. 청주와 청원의 통합 추진도 양당간의 감정싸움을 비롯해 화이부동(和而不同) 의 단면이 노정된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감정의 충돌과 대립 역시소통의 단절을 확인시키는 주제이다.

어느 외신이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육박전은 연례행사(?)로 자리잡았기에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무덤덤하다. 난투극에 이골이 나게 해 웬만한 싸움은 이제 눈에 들지도 않는 내공을 갖게해 준 정치권에 고맙다고 해야할지 씁쓸하다.그런 원인인지 몰라도 우리 국민은 전투적인 모드에 익숙한 편이다. 목청을 높이고 내가 옳다는 아집과 독선이 넘실댄다. 겉으로는 아량.관용을 되내이며 상반된 싸움질들을 멈추지 않는다.그 틈바구니에서 공정사회니 평등이니 하는 것들은 말의 성찬으로자리할 뿐이다. 구조적으로 덜 성숙된 사회분위기가이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버겁다. 요즘화제가 되고있는 그들이 말하지않는 23가지의 저자인 장하준교수가 지적했듯이 기회의 균등이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인것은 맞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는가가 간과되는 것은 아닌지 모를일이다. 소망컨데 내년엔쌈박질이나 끼리끼리의 대립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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