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담론이 되버린 복지

새해 벽두부터 복지가 연일 정치권 화제의 중심에 서 거대한 사회적 담론이 되버렸다. 먼저 지난 연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내년 대선을 겨냔한 싱크탱크 발족에 맞춰 한국형 사회복지 모델을 발표했다. 일명 '박근혜표 복지'라고 하는 바, 기존 수혜자의 소득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거, 보육, 의료 등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활을 다층(多層)적으로 보장하는 복지로 전환함을 말한다. 이를 놓고 여당 정책의장이 비판 한 것을 비롯, 한나라당내 잠룡(潛龍)들의 견제로 논란을 일으켰다.여기에 이명박대통령도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마다 곡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겠다며 박근혜표 복지와 일맥상통한 발언을 해 박 전대표를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한나라당은 소득하위 70%에 집중하는 70%복지론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보편적복지 실현을 당론으로 당헌에 규정하는 등의 경쟁적 모양새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복지에 대한 애정공세는 지난 6.2지방선거때 민주당이 재미를 본 무상급식으로 촉발 된 경향이 짙다. 무상급식은 표퓰리즘 논란과 함께 복지를 정치적 아젠다로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무상급식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폐단이나 한계 등 후속조치 미비가 불러오는 부작용을 덮은 채 표만 의식한 급조정책임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이렇듯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벗어나 이제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펼쳐지는 평생복지의 그늘아래정치인들의 언행에서 복지라는 영역이 전체의 흐름을 압도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복지계 종사자들은 한켠으로의 새삼스러운 관심에 기대를 하는 한편, 순수함을 잃지말아야 하는 복지계의 특성이 자칫 오염되거나 정치적으로이용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사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구조는 정치와의 연관성을 불식시키기가 어렵게 돼 있다. 보수적 정권이 집권하느냐, 아니면 그 반대이냐 하는 이념의 편가르기 속에 복지계도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복지의상충속에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지금과 같은 중앙정권의 여권 장악과 지방정권의 야권 우세속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다양한 방면에서 표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하지만 적어도 복지계 만큼은 그러한 암투없이 웰빙과 웰 다잉의 과정을 수행했으면 하는 게 대다수 종사자들의 순정일 것이다. 그렇지만정치적 성향의 기관이나 단체들의 권력에 대한 호시탐탐과 호가호위 시도는 이러한 순수성을 교언영색으로 버무리는 뛰어나 기술을 가졌다.

정부의 시책도 그렇고 지방 정부 역시 찾아가는 평생복지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충북도만 해도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핵심 정책의제로 우선순위를 앞당겨 놓고있다. 바로 이러한 상황, 즉 천문학적 돈이 복지마당에 투입되는 형국인데 이 돈의 향방을 놓고 유효적절하게 집행되는 게 정상이지만 혹여 정실이나 친소관계에 의한 불공평이거나 편중집행 등에 대한 우려를 갖게되는 것은 복지가 고유의 정체성을 넘어 정치적인 색깔로 변질되는 경우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또하나는 복지전달 체계상 복지중간자의 정치세력화 역시 경계 대상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현재 중간자에게 들어가는비용이 전체의 60%가 되는 현실에서 실제 클라이언트 보다 이들에게 더 큰 수혜가 돌아가게끔 영향력의 발휘 또한 가능성이 높기에 그렇다.

이러한 일부의 정치더듬이 세우기속에서도대다수 복지계 종사자들은 정치에 물들기 보다본연의 일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고 묵묵히 힘들고 어려운 나눔과 봉사정신의 실천을 하고 있음이 큰 위안이 된다. 비록 복지국가라는게 경제,교육,문화,건강 등의 국민생활을 정치적으로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는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인 숭어가 뛴다고 복지망둥이들 마저 뛴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 절대 아닐 것이다.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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