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해동여지도' 영인 완간

전근대 동아시아 지도 제작기법 중 하나로 방안(方眼)이 있다. 보통 눈은 둥글거나 타원형이지만, 방안은 글자 그대로는 네모 난 눈을 말한다.

한국 고지도사 전문가인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 석좌교수는 "방안지도는 천문학상의 경위도와는 달리 지구를 평면으로 보고 동서와 남북을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어만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바둑판식으로 가로와 세로로 같은 길이의 구간으로 땅에다가 선을 그어 나누어 만들어낸 지도가 방안지도인 셈이다.

이런 방안지도로는 규장각 소장 '조선지도'(朝鮮地圖)와 '팔도군현지도'(八道郡縣地圖),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해동여지도'(海東輿地圖)가 있다.

이 지도책은 조선지도를 근간으로 삼아 조선 정조 원년(1777) 이후 같은 왕 11년(1787)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으로는 함경도를 1에서 시작해 전라도 해남까지 일정한 구간을 나누어 모두 118개가 되는 선을 그었으며, 동서 방향으로는 역시 함경도를 1에서 시작해 평안도 서쪽 끝지점까지 76칸을 그었다.

이 해동여지도가 갖는 특징 혹은 장점으로 이상태 교수는 대부분의 조선 군현지도가 8책 안팎의 거질(巨帙)인 데 비해 3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선 꼽는다. 총 3책 중에서도 마지막 권은 텍스트인 까닭에 지도책이 담은 실제 지도는 2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분량을 대폭 줄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 교수는 "다른 지도책이 전국 33여 개 군현을 똑같이 구분해 각각의 군현을 한 장으로 그린 데 비해 해동여지도는 면적이 좁은 군현이나 경계가 복잡하게 얽힌 군현은 여러 곳을 한 장에 같이 수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해동여지도는 다른 고지도에서는 붉은 색으로 표시한 도로가 빠져 있는 대신, 전국의 봉화망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무엇보다 이 지도책은 김정호의 청구도(靑丘圖) 제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이 해동여지도가 소장처인 국립중앙도서관에 의해 최근 전 3권으로 영인, 완간됐다. 2003년 이후 도서관이 추진하는 고서 해제사업 일환인 해동여지도 영인은 2005년에 1권이 나오고 지난해에 2권이 선보인데 이어 올해 부록편이 추가됐다.

특히 지도편은 원본처럼 원색을 유지했고, 무엇보다 영인본이 실물 크기라는 점에서 관련 분야에 긴요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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