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이재무 시인 새 시집 출간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 세계를 선보여온 정호승(57), 삶과 사랑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들을 발표해온 이재무(49) 등두 감성파 시인이 '사랑'을 주제로 한 새 시집을 내놨다.

먼저 3년 만에 펴내는 정씨의 신작 '포옹'(창비)은 시인의 생애 아홉 번째 시집이다. 수록된 66편의 작품 중 40여 편이 미발표작이다.

"기러기 한 마리/ 툭/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은"('빈틈' 부분)이나 "모가지가 잘려도 꽃은 꽃/ 싹둑싹둑 모가지가 잘린 꽃들끼리 모여"('장의차에 실려가는 꽃' 부분)에서 보여주듯 늙음, 자살, 장례 등 어두운 소재들을 많이 사용했다.

그럼에도 작품들의 전체적 분위기는 암울하지 않다. 작품의 기저에 나약한 존재들과 죽음과 가까이 있는 존재들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부러짐에 대하여')라고, "전동차 통로 바닥에 죽순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다 (중략) 사람들이 마구 짓밟고 가는데도 죽순은 쑥쑥 거침없이 자라/ 전동차 안이 푸른 대나무숲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마디' 부분)고 노래한다.

길에서 "추운 드럼통에 불을 지피며" 군고구마를 파는 '군고구마 굽는 청년', 일가족 세 명의 자살 사건을 그린 '전깃줄', 걸인의 모습을 불교적 용어로 풀어내 '걸인' 등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담은 작품들도 여전하다. 132쪽. 6천원.

이재무 시인이 발표한 신작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화남) 역시 주제는 '사랑'이다. 그러나 정씨가 그려낸 보편적 사랑과는 온도차가 많이 난다. 이씨는 모든 것을 바치는 남녀 간 사랑의 본질을 격정적으로 노래한다.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누군가를 내가 울고 있다면 그는 불행한 사람인가 (중략) 변덕이 심한 사랑으로 마음의 날씨가 자주 갰다 흐렸다 한// 사람은 알리라// 때로 사랑은 찬란한 축복이 아니라 지독한 형벌이라는 것을"(표제작 '누군가 나를 알고 있다면' 부분)

"벽, 아주 인색하게 몸 열어 관계 받아들인다/ 단단한 살 헤집어 가까스로 뿌리내린 자의/ 저 단호하고 득의에 찬 표정을 보라/ 벽은 못 품고 살아간다/ 들어올 때아파서 울던 울음 뒤/ 생긴 상처 아물면서"('관계 혹은 사랑' 부분)

지천명(知天命)을 코 앞에 둔 시인은 "몸 늙으면 마음도 함께 늙었으면 좋겠다/몸 늙어도 마음 늙지 않으니 문제"('청승' 부분)라며 여전히 뜨거운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전한다. 144쪽.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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