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변화를 꿈꾸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나라경제가 어려울 수록 변화에 대한 희구는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는 국내외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다사다난 했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유난히 격동과 부침이 심했던 해였다. 46명의 꽃다운 용사들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사건, 실제 전쟁과 다름없는 사상 초유의 연평도 포격전, 안동을 시작으로 번진 구제역은 150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몰살시켜 참담함을 더해 주고 있다. 어쩌면 이들 짐승의 희생이 사람들의 희생을 대신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 까지도 우리를 사정없이 괴롭히고 있다. 더욱이 서민 경제에 먹구름이 끼다보니 밝은 표정보다는 어두운 표정을 한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장바구니 물가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제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대의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도 좋은 시절 이야기이고 '이구백'시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취업난이 극심한 것도 문제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시대인데다 개인의 생계가 직접적으로 걸린 경제 상황마저 나아지지 않고 있어 희망을 말하기 어려운 가운데 새해를 맞았다. 따라서 이번 새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과거에 대한 충분한 반성과 재평가가 필요하고 그러한 반성 위에서 잘못된 점을 과감히 바꾸겠다는 굳은 결의와 용기가 필요하다.

인생은 찰나에 불과하다고 흔히 얘기한다. 찰나는 산스크리트어로 순간이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눈 깜박할 사이의 시간을 말한다. 그 찰나의 만족을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 주변 환경을 파괴해 왔다. 그 찰나의 순간을 인간은 온갖 욕심으로 덧칠하며 원을 쌓아 왔다. 그러나 자연 앞에 보잘 것 없는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는 순간 인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깨달음으로 각자 처해 있는 위치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며 국운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새해의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어려운중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은 언제나 듣기 좋다. 세상에 복 받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특히 복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받는 것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것도 좋아 한다. 복주머니, 복베개, 복조리, 복저금통, 복부채 등 복을 준다하여 '복'이라는 글자를 이름에 붙였거나 직접 그 글자를 새겨 놓은 물건도 많을 정도이다.

요즈음은 복 못지않게 건강이 화두로 되어 있다. 서로 만나는 이 들끼리 주고받는 새해인사는 한해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한다. 주위의 지인들을 돌아보고 이웃을 생각하며 나누는 덕담은 듣는 이에게 힘이 되고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되살아나는우호적인 계기가 된다.

우리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일과 관계 속에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다투고 시달리다 보면 세상이 싫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식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삶속에서 꼭 연말연시가 아니더라도 힘이 들고 어려울수록 주위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덕담을 나누면 고통도 힘이 되어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힘든 만큼 누군가는 좋아졌을 거라는 위안도 하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시간도 많이 가져 보자.

신묘년 새해에는 세 개의 굴을 파두어 위기에 대처하는 토끼처럼 지혜롭게 많은 일들을 성취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덕담을 나누며 여유를 갖는 훈훈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정 관 영 공학박사, 충청대학 겸임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