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되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노인부양비율을 보면 한국은 2010년에 15%로 생산 가능인구(15세에서 64세) 6.6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이십년 후인 2030년이면 37.3%, 2050년이면 69.4%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때 거리의 반 이상이 노인이 걸어가는 풍경을 상상해 보면 앗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점점 더 젊어지고 있으며, 노인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노인을 분류하는 기점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시카코대학의 버니스 뉴가톤 교수는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라고 하고, 80세까지를 올드 올드(old old), 그 이후를 올디스트(oldest)로 구분했는데, 75세까지를 젊은 늙은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폈다. 지금까지 사회적 통념으로 보면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취급하였는데, 65세에서 75세까지 이 십년을 노인으로만 볼 수 없는 신 중년 세대라는 판단이다.

시골의 노인정에 가면 65세 가지고 노인 행세를 못한다고 한다. 적어도 80세 전후가 되어야 노인정에 버티고 앉아 노인 행세를 한다고 하니, 고령화 세대의 풍속화가 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젊은 늙은이에 해당하는 55세에서 75세까지의 인구는 약 8백만 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한다. 이러한 다수는 사회적인 파워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과거 많은 경험과 정보를 축적시킨 고급 인력이다. 젊은이에 비해서 근력이 약할 뿐이지 다른 기능은 훨씬 더 능률적이고 앞선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비전이 판가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현실은 그 정반대 현상으로 치닫고 있는데, 55세가 되면 정년으로 은퇴를 하는 것이다. 은퇴의 나이가 더 낮아졌다는 말이 있지만, 55세의 은퇴는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일을 중지시키는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후세의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갖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은 젊은 세대에 넘겨주는 일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해서 은퇴자를 흡수하는 것이 없다는 것에 있다.

일부 기업체에서는 은퇴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직원을 은퇴시키면 그것으로 끝이다. 기업이 할 수 없는 은퇴자들의 제2의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 그것도 하루 이틀에 만들라는 것이 아니고, 원대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정책적으로 계획을 세워 앞으로 닥쳐올 노인 천국을 대비해서 그 노인들이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에게만 맡겨진 노인 부양의 책임을 분산시키기도 하고, 높은 생산성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은퇴한 젊은 늙은이들의 생활에 활력소를 주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 결국 미래의 비전은 젊은 늙은이들을 활용하여 진취적인 복지 국가를 만드는 길에 있다.

/정현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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