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폭발 또 당하고싶은가

지난 2007년 연말,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충청권에기초과학분야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종시를 포함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이 후보에게 적지않은 충청표심을 가져다 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창조적 과학연구와 글로벌 비즈니스가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미래성장을 이끌어가는 국가성장네트워크를 조성한다는 것으로 세종시를 중심으로 대덕연구단지, 오송 오창산업단지 등 주요 과학 산업 거점이 협력해 지역별 특화발전을 이끌게 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이다.

향후 7년간 3조5천억원이 투입 돼 세종국제과학원,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국제과학대학원, 첨단융복합연구센터를 비롯, 국내외 우수연구기관, 우수학교 등을 유치해 2029년까지 약 21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36만 명의 고용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다시말해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모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대통령 당선 된 뒤에도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충청권을 벗어날 것이라는 의심을 가진 사람들은 최근까지 거의 없었다. 과학벨트는 지난해 1월 정부의 '세종시 발전방안' 발표에 따라 충청권 유치가 확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해 6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입지 선정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사실 충청권 입지 포기의 전조(前兆)는 이미 감지가 됐었다. 한예로 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한축인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 수준의막스플랑크 한국연구소 사업이 경북에 자리 잡을 조짐인데, 현재 포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묶으면 과학벨트 입지는 사실상 포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3,5세대 방사성가속기 등도 이미 경북에 설치되는 등충청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대통령 공약 사항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며 "전국이 과학벨트 후보지"라고 말해 충청도에 불을 질렀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17일 당정회의에서 과학벨트의 충청입지 명시를 요구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런 급작스런 이상기류는 지난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 이어 충청권의 핵심공약 중에 하나인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사업마저도백지화하겠다는 것으로 지역으로서는 깊은 우려와 배신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세종시 수정안에 일격을 당했던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정부의 조치에 반발을 하며 총선을 앞두고 제2세종시 사태 재현을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당정의 불협화음에 민주당은 과학벨트 충청입지를 당론으로 하고 관련법도 국회에 제출했다 며칠전 대전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를 재확인하고 충청권 끌어안기에 더운 김을 내뿜고 있다. 선진당 역시 본거지 민심을 배경으로 강력한 약속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시 원안 고수의 승전보를 다시한번 울리고자 하는 야당의 결기가 더 강건해지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세종시 수정안 역풍으로 지난 번 지방선거때 참패를 당한 아픔이 도지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다. 최고위원중 상당수가 대통령 공약인 충청권입지 타당성을 강조하고 대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를 충청권주민에게 입증(?)해보이고자 했으나칼자루를 쥔 정부가 전국공모의 수순을 밝기 시작한 상황에서 '충청권 조성'이라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부담때문인지 결국 연기했다. 집권당의 무기력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가운데 표심이탈의 전주곡이 울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쯤에서 정동기감사원장 내정자를 낙마시킨단호한 여론몰이를 상기했으면 한다.비록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는 유발됐지만 민심의 정확한 행간을 꿰뚫고 전광석화처럼 사퇴를 촉구한 기세를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조성에도 발휘하길 바란다. 세종시 사태때 정부가 스스로의 약속을 깨려다 집권당이 큰 화를 입은 것 처럼 닮은꼴 악수를 둬서는 안될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충청도는 집권여당을 주시하고 있다.

/이정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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