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경선 칼럼>본지 논설위원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대표가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록 국민중심당의 세로 봐서는 후보로 나서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 세에 눌려 '정치적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지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지만 '시대적 사명감으로 고뇌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심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의 연대 제안을 일축했다. '연대는 없다. 독자후보를 낸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당으로서 대통령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범여권세력과의 연대에도 부정적이다. '충청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당당히 서는 역할'을 하는 데 &amp;amp;amp;amp;quot;한 몸을 바치겠다&amp;amp;amp;amp;quot;고 각오를 다졌다.

문제는, '끝까지 가느냐'일 것이다. 국민중심당은 한나라당과 범여권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충청표' 때문이다. 충청권 표심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당락을 갈랐다. 한나라당이든 범여권이든 충청권을 껴안지 않고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이미 후보 확정 전부터 '충청권 정치세력'과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 측은 &amp;amp;amp;amp;quot;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민중심당과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amp;amp;amp;amp;quot;는 입장이다. 매우 적극적이다. 범여권은 '호남+충청'의 '서부벨트'를 필승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 역시 국민중심당과의 연합전선 구축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심 대표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연대냐, 독자 출마냐. 심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다른 정파와의 연대 가능성은 일단 물밑으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대 대선의 흐름을 보면 연대 가능성이 전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독자적으로 대선 후보를 낸 경우는 두 번 있었다. 김종필 씨가 13대에 공화당 후보로, 이인제 씨가 15대 때 국민신당으로 출마했다. 두 번 다 실패했다. 현실적으로 현역 의원 5명의 국민중심당으로서는 독자 출마가 매우 버겁다.

그런데, 김종필 씨는 14대 때 민자당 최고위원으로 김영삼 후보를 도와 정권창출에 성공했다. 15대에는 'djp연합'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연합 세력으로서는 두 번 다 정권을 잡는데 큰 몫을 했다. 솔깃한 대목이 아닌가.

국민중심당이 독자 후보를 내는 것은 심 대표의 말대로 '당연한 원칙'이다. 그렇다고 현실 여건상 독자 후보로 '완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상 지는 게임에 당력을 집중했다가 막상 실패로 끝난 뒤의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실패는 자칫 당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막판 연대 가능성을 부인할 수만은 없다. 심 대표의 출마 선언을 '몸값을 올리려는 전략'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는 이유다.

그러나 걸리는 일이 있다. 김종필 씨는 김영삼 대통령을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배신' 당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도 정권 초기에는 총리 취임에 장관직 할당 등 '예우'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버림받았다. 연대의 끝은 늘 좋지 않았다.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많다. 과연 심 대표가 '끝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막판에 연대에 나설 것인가. 또 하나의 대선 관전 포인트다.

/어경선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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