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놀라게 한 쾌거

군대갔다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겪으며 뇌리에 박힌게 있다. 바로 '군사보안'의 중요성이다. 부대의 위치, 부대 이름, 훈련작전시의 기도비닉, 통신상의 음어나 암호 등 군대생활 자체가 보안의 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보안이라는 것은 부대의 크고 작은 규모와 관계없이 엄격히 지켜져야 하는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며 만약 이를 위반하거나 보안이 새 나갈 경우는 그 사안의 경중을 따져 연대책임까지 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일반 사회도 별반 다름이 아니다. 나름대로 대외비가 있고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철저한 통제가 행해지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보안하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사보안으로 방점이 찍힌다.

작금 우리 사회에 군의 경망(輕妄)으로 촘촘하지 못한 군사보안 그물망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연평도에서 한방 크게 '당했던' 군이 해적에 납치됐던 삼호주얼리호의 선원들을 구출하는 역사적 쾌거를 이뤄냈지만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군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보안에 구멍이 숭숭뜷리고 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은 한국군이 해외에서 벌인 첫 번째 단독 군사적 행동으로 완벽한 성공 덕에 우리 군의 위상을 제고시킨 뜻깊은 의미를 담고있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대사안이었던 만큼 언론도 당국과 조율해 작전이 종결될 때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이른바 엠바고요청을 받아들였다. 민간으로서는 보안사항을 성실하게 지킨셈이다.

그러나 흥분이 지나쳐서인지 군은 시쳇말로 '오버'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군의 작전성공을 치하하고 국민에게 자랑스럽게 인질 무사구출 소식을 전하는 통수권자의 득의만면을 군이 흐르는 시냇물 처럼 그냥 흘러가게 놔두기에는아까웠을 법도하다.

별세개짜리 장군 등이 텔리비젼에 나와 시간대별 상황 하나하나를 브리핑 하는가 하면 그 후엔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친절하게 국민들의 알권리를 해소시켰다.

그덕에 마치 영화를 보듯이 tv자막 해설을 통해 어떻게 작전이 전개되고 종결이 됐는지 소상히 알게됐다. 아덴만의 영웅들인 우리의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의 숫자며 그들이 사용한 장비나 지휘체계, 훈련방법 등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국가수호의 기둥인 군대 조직의 가장 은밀한 속살이 다 드러난 보안실종의 하이라이트이다. 아마 군은 천안함이나 연평도사건 등으로 땅에 떨어진 군의 신뢰를 단번에 회복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홍보마케팅을 벌인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예비군들이 보기엔 너무 어이없고 얼빠진 행동이라는 지적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작전의 성공뒤에는 앞으로 더 극성을 부리며 한국상선을 집중해서 노릴 수 있는 소말리아 해적을 비롯한 여타 국가나 정보기관들에게 작전계획과 실행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우를 범했다. 뭐 더 알려줄 게 없나 안달이 난 것 같다. 믿건데 이러한 노출에 대한 대비를 안한 것은 아니겠지만 작전영상 공개는 우리 군의 보안의식을 의심케하는 넘지말아야 하는 선을 넘은 게 분명하다.국회 국방위에서 장성 출신의원이 이를 지적햇지만 군 수뇌부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었다.

전대미문의 활약은 당연히 칭찬을 받아야 하며 인색할 필요도 없다. 국민들 역시 외국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우리 군대에 의해 실제 발생했다는데 대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문제는 지휘부이다. 인사청문회부터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김관진국방부장관에 대해서도 실망이 적지않다. 그의 취임이후 군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던 중 이같은 대형 호재가 생겨 "장관한명 바뀌니 일이 잘풀린다"는 정치권의 격려까지 들어서인지 그의 판단력이 잠시 흐려진 것아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극비에 가까운 작전내용이 무용담의 하나로 전세계에 내돌려질리가 없을 것 이다. 군대의 보안은 군인들만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전 국민의 같이 지켜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군은 이제부터라도 흥분을 거두고 본연의 철통보안 의식을 되새겨 봐야 한다.

/이정 본보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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