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름 따른 병명 장단점 공방

의학계에서 큰 영예 중의 하나는 희귀한 질병이나 그 치료법, 진단법 등을 발견해 그 질병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일이다.

알츠하이머 병이나 파킨슨 병,호지킨 병 등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희귀 질병들의 명칭을 구성하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호지킨이란 이름들이 그런 사례들이다.

이같이 관련 학자들의 이름이 질병 명칭을 장식하는 사례는 수백가지가 넘어 의학계의 확고한 전통이 되고있다.

이 오랜 전통을 두고 의료계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영국의 의학전문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가 보도했다.

일부에서 의학계의 이런 전통을 이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영국의 신장전문의 알렉산더 워이워트나 미국의 류머티즘 전문의 에릭 맷슨 등일부 의사들은 이런 이름들이 특히 질병의 증상이나 진단 및 치료절차가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일 경우 혼란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많은 의사들이 이런 식으로 이름지어진 병에 대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사람마다 다른게 이해해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드 케르뱅 병( quervain's disease,손목검초염)이 손의 힘줄 염증이나갑상선 질환으로 서로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이워트나 맷슨은 이런 이름들이 의학적 공로를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역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베게너육아종증에 사용된 프리드리히 베게너와 라이터 증후군에 들어간 한스 라이터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라이터는 악명높은 나치 독일의 인간 생체 실험에 참여했고 베게너는 나치의 인종 청소 주장에 동조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의 제기를 일축하고 전통을 고수해야한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호주 캔버라 소재 존 커틴 의학대학원의 쥬디스 위트워스 원장은 이런 이름들이의학에 색채를 입히고 전통과 문화를 형성시킬 뿐 아니라 매우 유용한 약어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트워스원장은 팔로 4증후군(tetralogy of fallot)을 예로 들면서 이 병을 말하기 위해 심실 중벽 결손과 폐동맥 협착, 우심실 비대, 대동맥 우측 편위에 따른 청색증 동반 선천성 심장질환이라고 불러야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요인 때문에 이런 이름 짓기 전통은 선택의 여지 없이 따라야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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