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인수 3년의 성과

한보철강을 인수하여 당진 지역경제의 효자기업으로 급 부상케 한 정몽구현대 기아차그룹 회장이 4일 당진 현대제철을 방문했다. 정회장을 만나 한보철강 인수 3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들어 봤다. <편집자 주>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완공으로 세계 10위권 도약
직간접 고용 창출 17만여명 생산 유발 24조원 효과
한국 자동차 산업 차세대 경쟁력 확보에 기여 전망


▲현대제철 내에서 한 근로자가 철을 제련하고 있다.



■ 화성대에 선 정몽구 회장의 회상

▲당진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정몽구회장.

지난 98년 말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시설 '화성대'에 올라 아산만 건너편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직선으로 5킬로미터 남짓한 거리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는 한보철강. 97년 7월 부도로 imf 외환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기아차를 98년 10월 인수해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던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와 함께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한보철강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95년 말 제철사업을 그룹의 신규사업으로 선언하고 96년부터 추진했던 경남 하동군 제철소 건설사업이 외환위기로 인해 98년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 특유의 현장경영으로 당진공장 조기정상화 이뤄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4년 초, 정몽구 회장은 그때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던 한보철강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현대제철(당시 ini스틸)에 입찰 참여를 지시한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당진공장 현장모습.

부도 이후 7년여를 표류하며 국가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던 한보철강을 인수해 그룹내 철강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관제철사업 추진을 통해 만성적인 공급부족으로 철강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선, 전자, 자동차 등 철강재 관련 수요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특유의 현장경영과 품질경영을 통해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한보철강도 조기에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2004년 10월. 마침내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했고 정몽구 회장은 이후 한 달이 멀다하고 당진공장에 들러 공장 정상화 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정몽구 회장 특유의 현장경영은 그동안 한보철강 소속으로 무기력함에 젖어있던 현대제철 당진공장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었다.

■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로 세계 10위권 도약

현대제철은 a, b열연공장의 조기정상화를 이룬 토대 위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 인수 이후 정상화 투자로 구축된 열연 및 냉연공장의 하부공정 틀 위에 상부공정 시설인 고로설비를 건설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수준의 일관제철소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재 세계 2위의 전기로제강업체라는 위상을 갖고 있는 현대제철은 향후 2011년까지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능력은 현재 1,050만톤에서 1,850만톤 규모로 확대되어 세계 10위권의 철강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또한 800만톤 조강생산체제가 완전 정상 가동되는 2012년에는 현대제철의 매출액이 9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고품질의 강판 생산을 통해 조선, 기계, 가전, 자동차 등 국가 핵심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항공사진

■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사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특히 전통 제조업인 일관제철사업은 엄청난 설비투자를 요하는 장치산업인 동시에 대량의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문제 해소에 기여함은 물론 침체된 국내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관제철소 완공에 따른 직접 고용효과는 4,500명 수준에 이를 전망이며 건설에 따른 직간접 고용창출효과 9만3,000여명, 제철소 운영에 따른 직간접 고용창출효과 7만8,000여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제철소 건설기간에 일관제철소와 관련된 직간접 생산 유발효과는 13조원, 이후 제철소 운영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도 연간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표1 참조)

뿐만 아니라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해외 철강업체에 의존해 온 열연강판과 후판 등 고급 철강재의 수입대체 효과(연간 50억 달러 수준)는 물론 원활한 수급을 통한 국내 수요산업의 경쟁력 배가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가 정상조업에 들어가면 고품질의 강판 생산을 통해 조선, 기계, 가전, 자동차 등 국가 핵심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 일관제철소 완공 이전부터 기술개발 시작

조선, 기계, 자동차 등의 수요업계에서 핵심 부품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고급 철강제품들이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철강 수요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철강재의 안정적 조달과 기능이 향상된 신강종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2008년부터 상용화할 하이브리드(hybrid)카의 경우 고강도 경량 강판 생산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과 병행해 2005년 12월부터 당진공장 a지구 8,000여평의 부지에 기술연구소를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14개월만인 지난 2007년 2월 완공과 함께 '현대제철연구소'로 명명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현재 200여명의 연구인력들이 일관제철소 완공 이전부터 고급강판 제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개발될 기술은 향후 일관제철소에서 고기능성 자동차용 신강종 생산에 적용, 한국 자동차산업의 차세대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 제철사업의 기본 원칙,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현대제철은 당진지역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면서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이라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제철의 경영철학은 그동안 사업장을 영위해온 인천공장과 포항공장에서도 일관되게 지켜져 왔다.

특히 현대제철은 당진공장에 일관제철소를 추진하면서 세계 최초로 일관제철소에 '밀폐형 원료처리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7월 2일 제철원료의 비산먼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의 착공식을 갖고 일관제철소 제철원료 처리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친환경 제철소의 신기원을 열었다.



■ 일관제철소 사업 위해 대규모 부두공사 진행 중

현대제철 당진공장 20만톤급 제철사업 전용부두는 최대 25만톤급 대형 선박이 접안 가능하며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 특성을 감안해 선박 접안 안벽의 높이가 33m에 달해 단일부두로는 국내 최대의 안벽 높이를 가진 부두가 될 전망이다. 또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철사업 전용부두 건설은 서해안에 최초로 25만톤 대형 선박 접안시대가 열리게 됨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철사업 전용부두가 완공되면 당진은 새로운 해상운송의 중심지로 급부상하며 '당나라(唐)를 오가던 큰 나루(津)'라는 지명에 걸맞은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당진=최근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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