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마음이 무겁다

어느덧 신묘 새해의 첫 달도 오늘로써 다 찼다. 사흘 후면 추석과 함께 우리 한민족 2대 명절의 하나인 설날을 맞게 되고 그 다음 날은 새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다. 날짜 가는 것만으로 보아서는 '명절과 새봄의 기지개'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한 주간이어서 가슴이 설레일법도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국민들 대부분은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파고와 서민을 울리고 있는 물가고에 가축 3백만 마리 가깝게 살 처분 되고 있는 구제역 재난 등이 겹쳐 전국에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퍼져가고 있다. 참으로 지독하고 잔인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작금이라 하겠다. 이런 와중에 우리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완벽하게 구출함으로써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뻐하고, 특히 중상을 입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군 선장의 리더십을 칭찬하면서 29일 긴급 후송된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 성공이 국민들의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오늘의 국민적 고통을 잊게 할 수는 없다 하겠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강추위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물가, 오늘도 계속 땅에 묻히고 있는 구제역 피해 소. 돼지 등의 참상은 마치 국민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는 느낌이다.

국민들의 마음이 무겁다

어려움에 처하면 부모를 찾듯이 나이 들고 생활이 고달파지면 어머니 품 같은 고향의 정이 그립다. 그래서일 게다. 이 난중에도 올 설 연휴 동안(1~6일) 귀성 관련 예상 이동인원이 3천173만 명으로 추산 된다는 것이다.(국토해양부). 중국도 우리의 설날과 같은 '춘제(춘절)' 전후 40일간 28억 명의 대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다중의 이동은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 시킨다. 한국의 경우 설날과 관련 3천여만 명이 움직이면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구제역이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설 연휴 귀향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충북도내 구제역 첫 발생지인 충주시의 우건도 시장은 지역 농가에 보낸 서한문에서 "민족 대이동의 설은 구제역 조기종식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전제, "가족들의 외지 출타는 물론 다른 지역 거주자의 고향 방문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라북도애향본부는 350만 출향인사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구제역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라고 강조, "고향이 걱정되고 고향을 사랑한다면 고향을 더 멀리해 주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역설했다. 거창군 이장연합회는 출향 인사들에게 "이번 설에는 (귀향을 자제하고) 전화로 세배를 올리자"고 호소하고 있다. '악마 구제역'이 생명체를 살상하고 한국인의 고향 길-상면의 길을 막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향 안 오는 게 고향 사랑

이러다 보니 농촌의 노부모들은 눈 빠지게 기다리던 타향의 자식들에게 "이번 추석엔 오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자식들이 다녀간 후 행여 동내 다른 집의 소 돼지가 발병하면 그 원망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일 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 한 자식과 손자녀 보기를 포기하고 있다. 손사래 치며 귀향을 막고 있는 노부모의 쓰라린 마음과 소. 돼지를 땅에 묻은 축산농가의 비통한 마음은 한국의 토끼해 설날을 참으로 서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좌절 할 수도 없고 또 좌절해서는 안 된다. 강인한 의지로 이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 국민총궐기자세로 '구제역 예방과 퇴치의 여명'을 열어야 한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성취한 우리가 '구제역 퇴치 여명' 작전도 못 이룰 리 없다. 분발해야 한다. 구제역 살처분한 축산농가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축산업이 다시 살아나야 관련 업종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고 서민들의 생활물가도 안정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 구제역 극복에 전 국민이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하늘에 기도해야 한다. 인간의 탐욕을 회개하며 기도해야 한다.

/김춘길 본보 논설주간


▲ 김춘길
본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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