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또 핫바지 취급?

긴 설 연휴가 끝났네. 그렇게도 심술을 부리던 동장군의 한파 공세도 설날을 전후에서는 그 기세가 꺾였으니, 하늘이 가뜩이나 구제역 피해와 물가고 등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서민들을불쌍히 여겨 추위만큼을 덜 타게 한 은총이라고 보면 될 걸 세. 그나저나 충청도 주민들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로 또 한 번 '핫바지' 취급을 당하고 있는 기분일세. 모두 알다시피 사회상의 '핫바지'란 말은 '시골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지. 무슨 소리냐고?. 지난 1일 생방송 tv 좌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을 했지. 「과학벨트는 과학적인 문제다. 오는 4월5일 발효되는 과학벨트 특별법이 발효되면 이후 발족하는 추진위원회가 부지를 선정한다. (충청도 대선공약 사항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과학벨트는 그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러 정치 상황이 있었고, 지난번 대국민 발표문에서 얘기했지만 내가 거기에선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선거 과정에서 있었다고 밝혔다.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 (과학벨트 선정은)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냐의 질문에) 그런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주 잘 할 것이다. (충청권의 반발가능성에 대해) 반발이다, 아니다, 그런 뜻보다는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청도도 믿어주면 좋겠다. 그것이 오히려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충청도 또 핫바지 취급?

이는 한마디로 과학벨트 관련 대선공약의 도외시와 부지 선정의 백지화 출발 개연성(좌담회 직후 청와대 대변인은 백지화 발언을 부인했지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 이명박 대통령의 이같은 말에 충청권이 들고 일어나고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지. 이시종 충북지사.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강력히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논평을 통해 "국민 앞에서 뻔한 거짓말을 한 대통령은 책임져야 한다"고 공세를 폈지. 민주당 차영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충청 도민들을 얕보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충북경실련 등 대전. 충남북 시민사회단체들도 대통령 공약사항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지. 충청권 주민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은 세종시 파동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에 있어서도 현 집권세력으로부터 충청주민들이 '핫바지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정서 때문이지. 지난 대선 때와 그 이후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을(마치 남의 말처럼) 이제 와서 외면하겠다는데 대해 충청도는 분노하고 있다네.

-국가 지도자 일언은 중억만금

그리고제17대 대선 한나라당 권역별 정책 공약집 중 충청남도 대선공약집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의 제목 하에 "연구단지와 산업단지를 한곳에 집적화하여 세계지식 유통의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여 기초과학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겠습니다"라고 명기하고 있네.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집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니 우리는 기가 막히네.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표를 준 충청도민들이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일세. 일찍이 공자는 제자 자공이 "정치란 무엇이냐"고 묻자 "백성이 먹을 양식을 충분하게 하고, 국방력을 갖추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다"라고 했지. 그리고 그 세 가지 가운데 최후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신뢰'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지.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일세. 국민의 신뢰 없이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남아일언 중천금이면, 국가지도자의 일언은 중억만금이 아니겠는가.

/김춘길 본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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