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처분이라는 고통

가축 매몰 처분은 말 그대로 가축을 땅에 묻어 처분한다는 뜻이다. 정말 무지하고 경직된 용어로 밖엔 볼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매몰 처분이 전국적으로 거행되고 있다.2010년 11월23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 된지 80여일이 되었는데 아직 수그러들 기미조차 없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3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와 함께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발생지역도 전국의 거의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우리나라 축산의 기지라고 말하는 천안의 축산과학원에서도 구제역이 발생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이미 매몰 처분된 가축만도 300만 마리를 넘었으며 그 피해액도 계속 증가 하고 있어 양축농가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관련 산업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매몰 처분이라는 고통

양축농가는 꿈과 정성을 들여 기르던 가족과 같은 가축을 자신의 축사주변에 묻어야 하는 아픔은 그야말로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농가는 돼지 4,700여두를 매몰 처분하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큰 꿈과 열정으로 이루어 놓은 터전을 하루아침에 땅에 묻어야 하는 아픔을 딛고 매몰 처분현장에 나와 이러쿵저러쿵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일까?

농심란 바로 그런 것이다. 어찌 내가 사랑하고 정들이고 꿈을 가지고 기르던 가축을 산채로 땅에 묻는다는데 그 일을 힘을 내어 절도 있게 할 수 있을까?

매몰 처분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어떨까? 살을 에는 추운날씨에 밖에서 2박3일간 떨면서 가축의 무게를 달고 개체수를 파악하고 현장을 지휘하면서 죄 없는 가축들이 웅덩이에 내몰려 매몰차게 흙이 덮어지는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해야만 한다.밀려오는 피로는 뒷전에 두더라도 정신적인 쇼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며 매몰 작업이 끝나면 일주일간 격리되어 직장에 출근도 못하고 혼자 그 지겨운 광경을 복기하면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비극적인 매몰 처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것은 바이러스의 특성에서 해답이 나온다. 바이러스는 생명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생명체의 세포 속으로 침투 할 수 있는 dna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생명체의 세포 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세포 속에 들어오는 순간 자신을 복제하기 시작하며 복제된 바이러스들은 다시 빠져나와 다른 생물체의 세포로 빠르게 이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즉 죽어있는 생명체에서는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매몰 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더 중요한 이유는 생산성 저하에 있다.구제역에 걸리면 사료효율이 떨어지고 새끼에게도 구제역이 발생되며 살아남은 가축의 경우도 상당기간 구제역 바이러스가 남아있기 때문에 양축으로서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어 매몰 처분하게 되는 것이다.

-매몰 처분 이후는 더 중요

매몰 처분 이후가 더 큰 중요하다. 매몰 처분 농가는 당장 양축일손을 놓게 되면서 꿈과 소망 그리고 열정을 상실한 그야말로 말로 표현 못하는 괴로움의 시간이 연속되는 것이다.또한 당장 밀린 사료비의 징수 문제, 융자사업자금의 이자 수납, 생활비 조달의 어려움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수반되게 된다.

자칫 실망과 허탈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는 환자로 전락하기가 십상이다. 더욱이 바로 일어시기가 십지 않다는 것이다.

축사 이외의 도구는 모조리 폐기 했으니 한정된 기간이 지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활기 있는 영농을 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매몰 처분 이후가 더 중요한 문제 일 것 같다.

매몰 처분 장소의 관리 측면에서 장마기 유실이라든지 침수 또는 붕괴 등에 의한 오염방지는 물론이고 침출수에 의한 2차 오염을 방지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조사와 방제 대책에 세워진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지만 무너진 축산 인프라를 바로 세우고 축산 농가가 다시 힘을 내서 양축에 전념 할 수 있는 길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주어야 한다.

/윤명혁 청원군농업기술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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