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들은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독감 예방과 살처분에 죽을 맛이다.

필자는 천안지역서 근무를 하다 보니 천안지역 지자체 공무원들의 연중 업무 추진 상황을 잘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풍세면 풍서리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고, 지난 1월2일 수신면 속창리 젖소농가에서 구제역이 발병한 이후 지난 11일 현재 돼지 10만3962마리, 한우 901마리, 오리 7만 8535수 등 모두 22만 1392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연인원 3940명의 시청 직원들이 방역초소근무와 살처분 현장에 40여일 가까이 투입되고 있지만 종료시점을 알지 못하고 있다.

오는 4월이 오면 한식을 전·후해 5월 초순까지 전 직원이 휴일 없이 배정받은 지역에 투입돼 산불감시와 예방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천안지역의 농특산물인 천안배의 성공재배를 위해 꽃가루 화접이 필요한 4월 17일을 전·후해 주중에 꽃가루 화접봉사활동에 투입된다.

5월이면 성공적인 시민체전을 위해 맡은 분야의 업무를 책임져야 하고, 아름다운 거리조성으로 수십만 그루의 꽃 심기에 나서야 한다.

8월과 9월 태풍이 오면 피해복구지원은 물론 9월에는 식품웰빙엑스포, 농기계박람회(매해 짝수년 개최), 10월에는 흥타령축제에 투입된다.

대형 행사를 치를 때 적어도 1∼2개월에서 6개월 전에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주 업무 외에 부수적인 업무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천안시청 공무원들은 감사원과 각 중앙부처, 충남도청으로부터 18차례, 35일 동안 정기와 수시감사를 받았고, 26회의 내부 감사를 받았다.

천안시의회로부터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시정질의와11월에는 약 30일 정도 사무감사와 예산심의 등을 받아야 하고, 시민의 대표에 걸 맞는 예우를 위해 서류와 답변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대략 이 정도가 각자 부여 받은 본연의 업무를 제외한 부수적으로 투입되거나 치러야하는 연중 업무다.

게다가 전국 및 국제규모의 행사인 지난 2001년에는 전국체전, 2002년 제3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2003년 제23회 전국 장애인체육대회, 2005년 전국 국민생활체육대회, 2007년 fifa세계청소년월드컵 개최, 2009년 웰빙식품엑스포, 2010년부터 매해 짝수년에 국제농기계박람회, 전국 최고의 춤축제인 흥타령축제가 매년 개최된다.

이런 행사들은 적게는 1년, 많게는 몇 년에 걸쳐 전 직원들이 매달려 행사를 준비한다.

이러면서 각자 맡겨진 기본적인 업무는 언제 수행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각종 업무에 내몰리고, 시달린다.

다른 지역의 지자체 공무원도 예산의 규모와 사업 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공통적인 현상을 겪고 있을 것이다.

본연의 업무에다 부수적인 업무까지 '쟁기질하는 소에 짐까지 얹은' 상황에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성취도를 묻는 것 자체가 욕먹을 소릴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은 슈퍼맨이나 맥가이버가 되길 요구받고, 공복(公服)이 공복(公僕)이 돼버린 요즘같이 어려울 때 따뜻한 시선이나 위로의 말이라도 한번쯤 해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지자체 공무원들의 사기가 높아져야 지역주민들이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수 천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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