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약 12년쯤 전인 1988년 겨울부터다. 그 전에도 겨울이면 한 두 번 스키장에 다녀오곤 했으나 초보를 면하지 못하고 있던 중, 비교적 가까운 무주스키장 옆으로 대진고속도로가 생기고 또 중부고속도로 호법인터체인지 부근에 지산스키장이 개장함에 맞추어 각 회원권을 구입하면서, 스키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거의 혼자 배우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운동으로 골프, 스키, 등산 세 가지를 동일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바, 그 중 가장 즐기는 것이 스키다. 12월 중순부터 다음해 2월말 까지는 평소 좋아하는 등산이나 골프는 일절 배제한 채, 한 시즌에 스무 번 출장을 목표삼아, 시간 되는대로 주중에는 저녁이나 새벽을 골라 한 나절 정도 비교적 가까운 지산이나 무주로, 주말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비교적 먼 강원도의 스키장을 찾는다.

이렇게 십여년 지나다 보니, 실력도 상급자 반열에 들어서게 되고 우리나라 유명한 스키장은 시즌 중 한 번 이상 순례한다. 지난 12월 중순에는 모처럼 온 가족이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스키장에 일박이일 다녀왔다. 2월초에는 우리나라 스키어라면 자연설 위에서의 스키를 위해 누구나 꿈꾸는 일본스키여행을, 설연휴를 이용해 다녀오는 기쁨도 있었다. 나아가 감사한 것은, 스키 실력이 엇비슷한 중·고·대학의 동기들과 함께 서너 차례 스키를 즐긴 일이다. 지금까지 혼자 다닌 경우가 많았던바, 이렇게 비슷한 실력의 친구와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보통 행운이 아니다. 일본여행 시 아내와 딸이 동행했는데, 아내의 경우 전혀 스키를 하지 않음에도 동행해 주어 고맙다. 3년 전 지산스키장에서 뇌진탕으로 병원신세를 진 뒤 내 스키에 대해 부쩍 걱정을 하지만,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혼자 가기 뭣해서 동행해 달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같이 나서주는 것이 감사하다.

사실, 골프의 경우 주변에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지만, 내 나이 또래의 스키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스키가 겨울에 한정되어 즐길 기간이 짧고, 가까운 스키장이 없으며, 또 제대로 익히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런데도스키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높고 가파른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즐기는 스피드다. 나는 그렇게 빨리 달리려고 노력하지는 않지만, 2018평창동계올림픽 후보지의 핵심인 용평스키장 최상급자 슬로프 '레인보우1,2,3,'의 경우, 거리는 1.2내지 1.5킬로미터, 고도차는 500미터 이상으로서, 숏, 미들, 롱 등 각종의 회전방식을 달리 하면서 달리는 기분은 참으로 상쾌하다. 스키의 묘미 중 하나는 카빙(carving)인데, 양쪽 스키의 에지(날; edge)를 나란히 세워 눈 위에 날카롭게 평행선을 그으면서 달리는 것이다. 흔히 스키어들이 '에지를 세운다'고 하고 얼마 전 드라마에서도 '에지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이는 곧 날카롭게 날을 세운다는 뜻이다. 카빙스키의 즐거움은, 그저 슬슬 눈 위를 비벼 내려오는 방식인 스키딩(skidding)만으로 즐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스키를 어깨넓이로 벌리고 양 날을 세워 크게 돌면서 즐기는 카빙 롱턴이야말로 스키의 진수로서, 흔히 스키어들은 '한 번 쏜다'는 말로 이 작업을 하려고 벼른다. 또 하나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가질 수 있는 시간의 여유다. 다른 이와 동행하면 동행하는 대로 서로 대화하며 즐길 수 있어 좋고, 혼자일 때는 리프트를 타고 자유롭게 주변경관을 구경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라디오나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아쉽게도 스키의 계절이 지나간다. 지난 주말부터 영상기온으로 올라가면서 겨울이 끝났다는 예보다. 그러니 스키 매니어를 자처하는 자로서 떠나는 겨울이 아쉬울 수 밖에. 때로 스스로 너무 스키에 탐닉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 보지만,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도 단조로운 삶에 변화를 주는 활력소가 아닌가. 그래서 평소 좋아하는 클래식음악, 등산과 더불어 내 삶에 중요한 취미로 스키를 사랑하는 것이고, 평생 함께 하기를 소원한다. 아울러 이제 숏트랙,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알파인 스키, 스키점프 등에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로서 세 번째 도전하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반드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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