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8월 7일)가 지난 지 한 달이 넘었고,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나타난다는 백로(9월 7일)도 지났으니 이젠 가을인가 보다. 올해 여름은 빼앗긴 듯싶다. 50일이 훨씬 넘은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장마와 잇단 태풍 영향이다. 일기장을 살펴보니 8호 태풍 바비(BAVI·8월 26일 서해 통과), 9호 태풍 마이삭(MAYSAK·9월 2일∼3일 부산 인근 상륙-강릉-동해)에 이어 10호 태풍 하이선(HAISHEN·9월 7일 울산 부근 상륙-강릉-속초 해상) 때문에 소중한 인명과 재산 등 엄청난 피해를 입어 안타깝다.

지구온난화는 태풍까지 영향을 주고, 생성 위치와 성장도 이례적이라 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의 해설을 들으니, 보통 북위 5∼10도의 적도 부근에서 만들어지던 태풍은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북위 15도 부근에서 주로 생성되고 있다. 이러한 태풍은 열흘 남짓한 기간을 이동해 우리나라에 도달하여 이동 경로나 위력 등의 다양한 예측을 통해 충분한 대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북위 23.5도의 대만 동쪽 해역에서 만들어진 태풍 바비 등은 사이클을 절반으로 줄여 4일 만에 우리나라를 덮쳤다. 최근 몇 번의 태풍을 보면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가 미국, 일본보다 더 정확하여 기쁘다.

태풍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안타까운 인명과 재산 피해, 가옥과 도로 침수, 정전, 산사태, 원자력발전소 정지, 농작물과 과수……. 앞선 장마와 태풍이 할퀸 곳을 복구하기도 전에 불과 며칠 만에 급습한 태풍이기에 더욱 피해가 커서 원망스럽다. 한편, 태풍은 태양의 고도각이 높아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인 적도 부근의 바다에서 만들어져서 고위도로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한다니 이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여겨진다.

‘송정교 영웅’이란 훈훈한 미담(美談)도 들려 기뻤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 지난 3일 오전 7시 30분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송정4리 마을 앞 송정교는 불어난 강물에 상판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 박광진(59) 씨가 황급히 나서서 다리를 지나던 차량을 향해 뒤로 가라는 신호를 해서, 다리를 절반 정도 지나던 승용차는 그 신호를 보고 후진한 후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리 허리 상판이 잘려나갔다니……. 태풍 속의 위기 상황에서 큰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 피해를 예방한 그분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겨운데 몇 번씩이나 우리나라로 북상한 태풍이 야속하다. 코로나19 관련과 함께 태풍으로 인한 강풍 및 호우에 대비하자는 문자가 충북도청, 청주시청, 산림청, 중대본 등에서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유비무환(有備無患)’을 되새길 수 있었다. 태풍 하이선이 지나간 경북 포항 구룡포에 최대순간풍속 초속 42.3m, 부산에 32.2m의 강풍이 몰아쳤다는데 감이 잘 안 잡혀 알아보니 초속에다 ‘3.6’을 곱하면 시속이 되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구룡포는 시속 152km가 넘고 부산은 거의 116km이니……. 앞으로 코로나19도 태풍 등 재난도 유비무환 정신으로 미리미리 철저하게 대처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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