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인터넷 검색창에는 슈퍼 선데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올라온다. 미국 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이 열리는 일요일 '슈퍼 선데이'를 말하는 것일까? 혹은 일요일 저녁에 방영되었던 예전의 예능 프로그램일까? 바로 고3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 쉬는 일요일을 말하는 것이다. 지방 마다 약간 다르지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매일 야간자율학습을 10시까지 하고, 3학년이 되면 야간자율학습은 11시까지로 늘어나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에 간다. 휴일은 바로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슈퍼 선데이' 뿐이다.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생 인권 조례와 체벌 규칙을 만드는 등 아이들의 학교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장 잔혹한 인권 유린의 현장을 보는 것만 같다. 네모반듯한 교실에서, 칠판을 향해 일렬로 늘어선 의자와 책상에 앉아 하루 15시간 이상을 책과 씨름하며 지내야 한다. 그나마 체력장이 있던 시절에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운동장에서 신체 활동을 했었다. 그러나 1993년에 대입 학생 체력 검사가 폐지된 후에는 체육 시간까지 아껴가며 공부만 하고 있다. 아이들이 제정신으로 버텨주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할 뿐인 교육 현실이다. 입학식 날 부터 야간자습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생활 또한 참담할 것이다.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보면,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생활이 얼마나 수고로운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렇게 자율학습이 아닌 강요된 학습을 받다 보니, 필연적으로 학업 소진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학업 소진(academic burnout)이란 지속적인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나 과도한 학업요구로 인해 나타나는 학생의 정서적 탈진, 학업에 대한 냉소적 태도 그리고 무능감 등의 심리적 징후를 말한다.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과도한 요구를 경험하면서 그들은 지치고, 학업에 대해서도 냉소적이 되며, 학생으로서의 무능감을 느끼는 등 심리적 소진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할까? 먼저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제학생평가 프로그램인 pisa에서 세계 1위인 핀란드의 수업량은 우리나라의 절반이라고 한다. 신체활동에 주력하고 자발적 학습을 유도한 결과라고 예측된다. 의지만 굳게 한다고 학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은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그저 책만 보라고 하는 현재의 교육제도는 전인적 성장을 보장하지 못한다.

학생들의 자율권도 중요하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통제력을 주어야 한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양과, 공부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연습해야만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조건 학교에 앉혀 놓고, 학부모들은 그래야 안심이 된다는 태도로 학교를 몰아 부치지 말고, 학생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자. 선생님과 부모님이 강요한 야간 학습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야간 학습일 때,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 되는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만이라도 등교 여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그래서 일요일만이라도 매주 슈퍼 선데이가 되도록 하자.

/윤석환 충남도립청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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