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오송·오창+대덕특구' 확대 가능

정우택 전 충북지사(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는 최근 1주일에 2~3차례씩 청주를 방문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청주 상당구 출마가 예상된다. 정 전 지사는 최근 과학벨트 '충북실리론'을 제기해 지역 정·관가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퇴임 후 지역 신문과 전면 인터뷰를 가진 정 전지사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논리로 충북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했다./편집자주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지난해 6월 퇴임 후 개인적인 시간을 갖다가 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을 맡게 됐습니다. 비교적 자유로운 스케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 1주일에 2~3번씩 청주를 방문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도지사 재직 시절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고, 지역의 인사들을 만나면서 충북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학벨트 '충북실리론'은 무엇입니까?
제가 과학벨트 '충북실리론'을 제기하니까 지역 정치권에서 좀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충북 실리론'은 급조된 얘기가 아닙니다. 일부 정당에서 그것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북 실리론'은 충청권 공조를 깨자는 논리가 아닙니다. 과학벨트 건설의 취지인 국내 과학산업 발달을 위해 거점지구를 특정지구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이를테면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세종시+대덕특구+오송·오창'으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아시아기초연구소와 중이온가속기 등을 거점지구 내에 분산 배치하는 것은 과학산업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정당이 '분산배치의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과학벨트의 메커니즘 자체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여집니다.
◇'충청권 분열론'에 대해 입장을 밝혀 주시죠
우리가 과학벨트 오송·오창 거점지구를 주장하면 충청권이 분열한다고 합니다.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운동을 할 때도 천안과 오송으로 갈라져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시에도 충북과 충남이 치열하게 대립했음에도 충청권은 분열되지 않았습니다. 과학벨트 거점지구 오송·오창 주장이 '충청권 분열'이라면 앞으로 그 어떤 국책사업도 충북지역으로 유치할 수 없습니다. 민선 4기에도 대전광역시와 충북도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잖습니까? 제 생각에는 지자체끼리 출혈·과당경쟁을 벌인다고 해도 국책사업은 국가의 장래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의 최적의 입지를 찾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도 거론했는데요?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지사는 최근까지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주장했지, 구체적으로 '세종시 거점지구'를 얘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천안·아산지역의 과학벨트 거점지구 유치운동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세종시가 광역단체의 법적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 거점지구는 곧바로 충남지역인 천안·아산지역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이 때문에 충남도는 그동안 '세종시 거점지구'만을 고집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독 충청북도와 민주당 충북 국회의원들만 '세종시 거점지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과학벨트특별법을 보면 기능지구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변재일 교과위원장이 기능지구 인센티브를 보강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제출한 것입니다.
◇오송·오창 거점지구의 구체적 내용은?
오송·오창만 거점지구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충청권 공조를 위해 '세종시+대덕특구+오송·오창'을 거점지구로 한다고 볼때 아시아기초연구소는 세종시에 건설하고, 중이온가속기센터는 화강암 지대인 오송·오창지역에 건설하는게 좋습니다. 이를 통해 세종시 아시아기초연구소와 대덕특구의 풍부한 과학산업 인프라, 오송·오창의 bit 산업이 연계되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진천·음성 혁신도시와 충주 기업도시 등 충청권 곳곳의 산업단지를 연계시키는 기능지구 설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능지구 인센티브 보완책도 병행돼야 합니다.
◇경제자유구역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오송·오창과 청주공항, 증평 태양광특구를 묶는 경제자유구역이 시급합니다. 음성 태생국가산업단지와 충주 기업도시 등은 순차적으로 추진하는게 바람직합니다. 대폭 강화된 fez특별법 때문에 신규지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충주지역까지 검토하겠다는 충북도의 생각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우려됩니다. 특히 민선 4기 추진했던 하버드의대 등 미국 유수의 병원과 연구소 등에 대한 투자유치 협약(mou)이 파기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타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과 전술 없이 무작정 '형평성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잘못된 관점입니다.
민선 4기 오송메디컬그린시티는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민선 5기 충북도에 대한 의견은?
과학벨트와 fez, 세종시 청원군 편입 등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된 충북도의 행보가 다소 도민들의 바람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비록 광역단체장은 정당의 공천을 받지만, 광역행정의 책임자인 도지사는 정당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됩니다. 오로지 도민들의 편에 서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청원군 일부 세종시 편입, 과학벨트 거점지구 등과 관련된 충북도의 스탠스를 보면 충북의 입장에서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정당에서도 도백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충북이 발전하고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습니다.
◇청주 상당구 당협위원장이 공석인데요?
한대수 전 위원장이 한전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중앙당이 지정한 사고당협입니다. 당초에는 서둘러 후임 위원장을 임명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공천과 관련된 제도개선, 4·27 재보선 등과 맞물려 빨라도 5월쯤 후임 위원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당이 공모절차에 돌입할 것이고, 저 역시 공모에 응할 생각입니다.
◇중앙당 공천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유리할 수 있는 기존 공천제도로는 앞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봅니다. 가급적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 공천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아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그런데 중앙당 돌아가는 사정이 복잡해서 어느 정도의 공천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자주 만나고 있습니까?
지사 퇴임 후 3번을 만났습니다. 2번은 독대형식으로 만남이 이뤄졌고, 1번은 희망포럼 창립과 관련돼 여러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와 관련된 말씀을 하면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주장했던 제 주장에 대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과학벨트와 관련해 일부 야당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이미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모든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간 65주년을 맞은 충청일보에 대해 한말씀 부탁합니다.
충청일보는 충북과 충청권의 역사를 기록해온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충청일보는 브랜드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이규택 회장님의 언론에 대한 열정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충청일보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충청일보가 발전해야 충북이 발전하고,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책사업에 대해서도 올바른 평가를 내려줄 수 있습니다. 충청일보 창간 6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으뜸 언론'으로 성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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