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가 당초 예산보다 11조원이나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세수예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금이 많이 걷히면 당장 나라 빚을 갚아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고 국가에서계획한 각종 정책을 펴는데도 수월해지지만 이를 상당부분 예상해서 정밀한 세출계획을 잡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엉터리 예측이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작년 말일이 휴일이어서 납기만기가 올해로 이월된 부분이나 올해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 것 등은 정부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있었는데도 이를 세수예측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은 주먹구구식 나라살림이라는힐난을 받을만하다.

경제성장률 예측시에는 0.1% 오차에 대해서도 민감해하는 정부가 세수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에 대해 서는 선진 외국들도 7~8%씩 틀리는 나라가 많다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



◇ 예산에 비해 7.9%나 많아

6일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수실적은 79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조5천억원(24.3%)이 많다.

세수진도를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의 세수는 지난해 실적(130조4천억원)보다 20조원 (15.3%) 이상 증가한 150조4천억원에 달하고 추정치를 근거로 지난해 만들었던올해 예산(139조4천억원)에 비해서도 11조원(7.9%)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세청은 올해 세율인상이나 새로운 세목이 신설되지 않았지만 법인세, 소득세 등 주요 세목의 자진납부가 늘어나 실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세수 초과분 가운데 일시적 증가요인이 6조원,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증가분이 5조원 정도일 것으로 분류하면서 일시적 증가 6조원 가운데 3조원은 작년 12월31일이 휴일이어서 각종 세목의 납부 마감일이 올해로 이월됐기 때문이고 다른 3조원은 부동산 거래증가와 가격상승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정책신뢰도 떨어뜨려

이 같은 세수추계 오차는 정부의 정책신뢰성에 큰 흠집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의 박완기 정책실장은 "재정운용 계획을 짤 때 세수의 적정성을 기반으로하는데 이처럼 추계가 많이 틀리면 이를 근거로한 증세나 감세 논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면서 "재정의 체계적 운용 등에서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올해 유달리 오차 폭이 큰 것으로 미루어 정부가 갖고 있는 추계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면서도 "정부는 추계의 정확성을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시립대 최용선 교수는 "세수추계 모델 자체에 한계가 있다"면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세수추계를 하기 위한 자료가 미비돼있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도 "올해 상반기 경제가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가 많이 걷히고 있어 국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재경부 "다른 나라도 많이 틀려"

정부는 국가재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세수를 정확히 사전에 예측해 재정운영을 효율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미국 등 선진국들도 7,8%씩 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김석동 재경부 1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세수추정을 할 때 조세연구원이나 국회 예산정책처, 국세청, 관세청 등 여러 기관이 긴밀히 협조해서 거시모델과 미시모델을 돌리고 회귀분석도 하고 해서 추정한건데 조금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세수오차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 13.9%였다가 2000년에 16.6%로 늘어난 뒤이후 연구방법 등을 개선해 오차가 줄어들다가 이번에 7.5%로 다시 커졌다.

김 차관은 "변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도 세수오차가 큰 나라들이 있다"면서 "일본이 2005년에 11.6%, 지난해 7% 정도였고 미국 같은 나라도 2000년대 이후7∼8%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그만큼 우리 경제규모가 커졌고, 대외개방 규모가 커졌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세수추계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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