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몰아주기.대납 등으로 2천585억원 지원...지원성 거래규모는 3조원 육박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들이 부당한 '물량 몰아주기'방식으로 계열사들을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0억원이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업체는 물량 몰아주기는 물론, 재료비 인상 명목의 지원에서부터 납품대금결제방식 변경, 부품대금 대납, 고가의 수의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계열사에2천585억원 규모를 지원했으며 지원성 거래규모는 무려 2조9천7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현대.기아차 그룹의 부당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한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5개 계열사가 현대카드와 로템 등 다른 계열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631억5천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현대차가 508억100만원으로 가장 많고 기아차는 61억5천400만원, 현대모비스 51억2천900만원, 글로비스 9억3천400만원, 현대제철 1억3천9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사는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2001년 3월부터 작년 말까지 사업양수도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1조3천637억원에 달하는 물류거래 계약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식으로 계열사들이 글로비스에 지원한 금액은 481억원으로 추산됐으며 글로비스는 이런 지원을 통해 급성장한 뒤 2005년 말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주들에게막대한 차익을 안겨줬다.

또 모비스로부터 자동차 새시모듈부품을 납품받던 현대차는 2003년 6월 철판과 주철, 고무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모듈부품의 재료비를 8.5% 인상하기로 한뒤 작년 말까지 현대모비스에 소급분 320억1천900만원을 포함해 총 1천67억8천500만원을 인상 지급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모비스가 재료비를 올려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는 재료비를 인상하지 않았고 당시 재정상황이 어려웠던 기아차는 모비스에 대한 재료비를 인상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재료비 인상 명목을 이용한 계열사 자금지원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대차는 2002년 10월 말 모비스가 공급하는 모듈부품 단가의 인상에 따라 기아차가 모비스에 지급해야 하는 인상분 196억원을 대신 지급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와 모비스, 글로비스 등 3개사는 현대카드에 대한 지원을 위해 2003년 8월부터 작년 말까지 66개 납품업체에 대한 구매대금 8천674억6천600만원을 현대카드가 발급한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이로 인해 납품업체들은 총 161억9천900만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현대카드에 지급해야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4년 초부터 약 2년 간 자동차용 강판 생산업체인 현대하이스코에 대해 냉연강판과 도금강판 가격을 타사의 가격보다 t당 3만5천724원∼5만3천259원 높은 수준으로 정해 지급했다.

기아차는 프레스 및 자동차 운반설비 제작공사를 최저가 경쟁입찰에 부치면서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이 제시한 최저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열사인 로템에 공사를 발주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유리한 조건을 갖춘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자체 경쟁력이 아닌 재벌그룹 소속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부당 지원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감시와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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