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국세청 조사는 부담으로 남아

현대.기아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6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투명경영과 기업의 사회책임 의지를 다짐했다.

정 회장의 거취 여부가 비단 정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의 사활과 직결된 문제였던 만큼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이날 법원의 재판 결과가 더할나위 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 회장의 '무죄'가 입증된 게 아닌 데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난 여론 및 고언 등을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드러내놓고 '환영'만 할 수는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나아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한 '물량 몰아주기' 방식의 계열사 지원사실이 적발돼 6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또다른 걱정에 직면한 상황이다.

◇ "무거운 책임감 느껴" = 검찰이 지난해 3월26일 현대차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촉발된 '현대차 비자금 사태'가 약 1년반이 지나 사실상 종결됐다. 설상가상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대내외적 악재에 시달려왔다.

160여개 계열사를 둔 그룹 총수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고질적인 노사문제, 환율문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등으로 점철된 지난 1년반이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이날 2심 선고공판에서 '적극적 대외활동 재개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음에 따라 한동안 굳어있던 표정이 풀어지는 분위기다.

현대차 노사 양측이 10년만에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한데 이은 '낭보'인 동시에 향후 정 회장의 정상적인 경영활동 수행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지난 1년반 각 계열사의 사업이나 일상적인 활동이 '스톱'한 것은 아니지만, 정회장의 위축으로 의사결정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영활동에 있어서 소극적이거나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그룹 총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해외 부진 극복, 글로벌 경영 재점검, 대외 신인도 제고, 핵심사업 적극 추진 등에 대한 낙관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각종 사업이 진행돼 왔지만, 앞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동시에 최고 경영진의 장애없는 경영활동 전념으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활짝 웃기보다는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는 공식입장을 통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국가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함은 물론 투명한 기업 경영과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스스로도 비자금 사태의 시발점을 '그동안 소홀했던 투명경영'에서 찾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정착시킨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대기업 답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데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어려움에 처한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나아가 기업발전은 물론 국가경제, 사회발전 등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그룹은 향후 시스템경영 구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1조원 사회공헌 방안의 차질없는 수행을 비롯해 국내외 투자,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그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진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 "산너머 산" = 공정위의 이날 600억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 결정은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집행유예 소식에도 마냥 웃을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631억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부당 내부거래 사실이 적발된데 따른 '기업 이미지 추락'이라는 무형의 비용을 앞으로 감당해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정위 발표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룹 총수의 거취 문제가 일정부분 해결된 상황에서 접한 악재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의 공식 의견서를 접수한 뒤 제반사항을 면밀히 검토, 법적 소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결국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거대한 고비를 넘기자마자 또다른 장애에 맞닥뜨린 셈이다.

더욱이 공정위 조사결과가 끝이 아니라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지난 4월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등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벌였으며, 아직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이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 포착된 탈세 혐의와 함께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만큼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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