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완벽한…'서 천방지축 여주인공 완벽 소화

sbs tv 수목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현재 윤희와 준석 커플의 애틋한 사랑으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재벌 2세 사장 준석과 별 볼일 없는 그의 비서 윤희의 장애물 많은 사랑은 이보다 더 통속적일 수 없는 신파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둘이 흘리는 눈물에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며 시청률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희의 캐릭터 변신이 화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저분하고 정신없으며 주책맞은 캐릭터로, 친엄마로부터도 '사람'이 아닌 '물건' 취급을 받았던 윤희가 사랑에 가슴앓이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자칫 연기자 혹은 제작진의 '미숙함'을 탓할 수도 있는 위험한 변화다. 그런데 그런 지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윤희를 연기하는 배두나(28)의 힘이다.

"윤희가 갑자기 변했죠? 드라마가 멜로로 가면서 많이 변했는데 그것 자체가 윤희의 매력인 것 같아요. 윤희는 어떤 감정이 서서히 차곡차곡 생기는 애가 아니에요. 그냥 '쿵'하고 번개를 맞듯 사랑에 빠져버린 거죠. 사랑에 워낙 목말랐던 애였다는 점이 그런 변화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구요."
6일 경기 고양시 탄현 sbs스튜디오에서 만난 배두나는 그런 윤희를 연기하는 게 더없이 신난다는 표정이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고 있는 그는 이번에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났다는 사실이 즐거운 듯했다.

"멜로가 강화되면서 요즘엔 윤희가 많이 우울해지긴 했지만 윤희를 연기하면서 전 신나 죽겠어요. 내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편하게 노는 기분이에요."
윤희는 사실 배두나와 닮은 점이 많다. 작은 것에서도 재미를 찾고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가 두 권의 포토에세이를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이다.

"윤희는 엔도르핀 같은 아이잖아요.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신없고 때로는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정도 많고 어떤 때는 굉장히 정의롭구요. 매력이 넘쳐 흐르죠. 개인적으로 윤희처럼 빈틈이 있는 역이 좋아요. 전형적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제가 즐겁게 연기한다는 게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나요?"
하지만 연기하는 것이 즐겁다고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왼쪽 눈에 다래끼가 빨갛게 올라왔다. 몸이 힘들다는 증거. 또 윤희의 변화가 이상해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대본을 받고 제가 이해하기 어려우면 작가 선생님께 여쭤봐요. 계속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죠. 윤희의 감정 변화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 때는 '배두나 식'으로 소화를 해서 시청자들에게 이해를 시켜야 하거든요. 그래야 저도 시청자도 힘들지 않죠. 그런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네요. 최대한 상상력을 키워서 윤희의 감정 변화에 대한 타당성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좀 힘들어요. 습관적인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특이하고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하는 애니까요."
배두나의 독특함은 이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배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로지 kbs '로즈마리'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승우가 제안을 했다는 이유였다.

"어떤 드라마인지, 어떤 역인지 잘 몰랐어요. 중요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승우 오빠가 하자고 하니까 하고 싶었어요. 왜냐구요? 제가 즐겁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제가 즐겁고 편하게 연기를 해야 시청자들도 편안하게 느낄 거구요. 승우 오빠는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예요. 현장에서 리더십이 탁월하고 포용력이 있거든요."
영화 '괴물' 이후 케이블tv 드라마 '썸데이'를 거쳐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 출연 중인 그는 "앞선 작품에서의 캐릭터가 정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윤희를 만나 반갑다"면서 "요즘 연기에 탄력을 받은 것 같다. 연기하는 게 정말 좋다. 일이 마냥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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